벚꽃의 계절이 왔다. 일 년에 단 한 번, 일주일 남짓 피는 벚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벚꽃 명소'를 검색한다. 서울 석촌호수, 경주 대릉원 돌담길. 벚꽃으로 유명한 곳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곳들도 좋지만, 올해는 남들이 다 가는 뻔한 관광 명소는 피하고 싶다. '좀 더 특별한 장소는 없을까' 찾다가 발견한 곳. 벚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대구 카페 두 곳을 소개한다. 올봄 이 두 곳에 가기만 해도 인생샷 획득은 따 놓은 당상이다.
◆왕벚나무를 한가득 즐길 수 있는 '아눅 앞산점'
벚꽃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아눅 앞산점이 적격이다. 앞산 벚꽃 거리에서 가장 큰 왕벚나무가 아눅 앞산점 앞에 있으니 말이다.
남구에 위치한 아눅 앞산점은 대구 벚꽃 카페로 유명하다. 통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빼곡한 벚꽃의 매력에 빠진 손님들은 매년 벚꽃 철만 되면 아눅 앞산점을 찾는다.
최윤석·김효석(44) 아눅 공동대표는 이 공간을 찾기 위해 대구 곳곳을 돌아다녔다. 최 대표는 "앞산점은 아눅의 3번째 지점이다. 앞서 신천점, 범어점과 달리 3번째 지점은 규모를 키우고 싶었다.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대구 100군데 이상 돌아다니다가, 40년간 돌솥 식당을 했던 이곳을 발견했다"며 "이곳 옥상에 올라가니 대구 전경이 한눈에 다 보였다. 전망에 반해서 바로 계약했고, 아눅 앞산점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와 김 대표는 돌솥 식당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식당 앞 벚나무가 이 거리에서 가장 크다는 것을 알아챘다. 두 대표는 벚꽃 시즌을 대비해 벚나무가 한눈에 보이는 2층 공간에 파고라(주택 옥상에 설치하는 그늘막)를 설치했다. 봄이 되자, 팝콘처럼 톡톡 튀는 분홍색 벚꽃들이 빼곡히 폈다. '벚꽃이 예쁘다'는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벚꽃 사진을 찍으려 몰려들었다.
올해는 몰려드는 손님들을 대비해 포토존을 만들 계획이다. 최 대표는 "이달 25일부터 내달 7일까지 2주간 2층 파고라 한쪽 공간을 포토존으로 비워둘 생각"이라며 "벚꽃을 배경으로 네모난 파고라 창틀이 카메라 앵글에 걸리도록 사진을 찍는다면 마치 창문이 액자처럼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벚꽃 시즌에 맞춰 한정 메뉴도 출시한다. 음료 종류인 벚꽃레몬에이드(7천원), 블라썸밀크티(7천원)와 디저트 종류인 베리블라썸(8천500원) 무스, 벚꽃다쿠아즈(4천500원)가 그 주인공이다. 이 메뉴들에는 벚꽃 청이 들어간다. 손님들은 봄과 어우러지는 벚꽃 향을 디저트에서 맛볼 수 있다.
한정 메뉴를 놓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 메뉴가 수제인 아눅의 커피·브런치·빵은 평균 이상의 맛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송이수프(1만2천원)와 프렌치토스트(1만4천원) 맛은 기가 막히다.
양송이수프는 끓이는 데만 4시간이 걸린다. 수프 안에 들어가는 양파를 카라멜라이징 하려면 오랜 시간 저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파를 오래 끓일 때 나오는 인공적이지 않은 특유의 단맛과 양송이 맛의 조화는 일품이다.
프렌치토스트는 브리오슈 식빵 위에 제철 과일이 올라간 브런치 메뉴다. 브리오슈에는 유지방 함량이 높은 버터가 50% 이상 들어간다. 브리오슈와 그 위에 올라간 딸기, 오렌지, 포도, 블루베리, 바나나를 함께 먹으면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최 대표는 아눅 앞산점이 손님들에게 친절한 카페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그는 "인테리어가 멋지거나, 음식들이 맛있는 카페들은 이미 너무 많다. 상향 평준화된 상태다. 아눅은 멋진 인테리어와 디저트가 맛있는 것은 기본이고, 항상 친절함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손님들 기억 속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다시 방문할 이유가 있는 카페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디서 찍어도 인생샷! 포토존 가득 '슬로우벗베럴'
평범한 것은 싫다. 남들과 다른 독특한 벚꽃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슬로우벗베럴로 가라. 거대한 피라미드와 함께 벚꽃 사진을 찍을 수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벚꽃 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동구에 위치한 슬로우벗베럴은 대구판 루브르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야외 공간에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피라미드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카페들과 다른 특별한 느낌을 주고자 이 같은 조형물을 설치했다는 이임준(36) 슬로우벗베럴 대표. 그는 카페 정면 기준으로 왼쪽 피라미드에는 유리를, 오른쪽 피라미드에는 잔디를 깔아 상반된 느낌을 연출했다.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조형물 덕분일까. 이곳은 2024년 아시아 디자인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슬로우벗베럴 야외 공간은 봄이 되면 진가가 발휘된다. 피라미드 뒤편으로 나란히 핀 벚꽃들이 조형물의 아름다움을 배가 시킨다. 피라미드 사이에 직사각형으로 길게 뺀 연못에 비친 벚꽃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올봄에는 이 공간에서 튤립과 수국도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달 25일부터 내달 20일까지 튤립·벚꽃 축제를 한다. 이때 방문해 주시면 아름다운 봄꽃을 감상할 수 있다"며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스팟도 있다. 야외 테라스 파라솔 밑 의자에 앉아 벚꽃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피라미드 공간 연못에 비친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아름답게 나온다"고 했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사진을 찍어도 좋다. 이곳은 대구공항에 인접해 여객기, 항공기, 전투기 등 각종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 낮게 지난다. 손님들이 대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시간을 알아보고 방문한다면 더욱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 대표는 "많은 분이 비행기가 언제 지나가는지 물어보신다. 공항에 가면 대형 스크린에 출·도착 스케줄이 붙어있지 않나. 저희 카페도 그런 느낌이 나는 간판을 만들어 손님들께 대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시간대를 알려 드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포토존을 보유하고 있는 슬로우벗베럴은 사실 디저트 맛집이다.
특히 여름철에만 맛볼 수 있는 체리 음료와 디저트가 유명한데, 모두 이 대표 아버지의 농장에서 가져온 체리로 만든다.
이 대표는 "아버지는 전국 3대 체리 수확 마을에서 체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아버지 농장이 있다"며 "현재 판매 중인 고구마 가득 라떼(5천900원)에 들어가는 고구마, 망고레몬에이드·청귤오미자에이드(각 6천500원) 위에 올라가는 애플민트·로즈마리도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것이다. 재료의 신선함과 맛을 위해 농장에서 키우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슬로우벗베럴이 사계절 내내 방문하고 싶은 카페로 남기를 기대했다. 그는 "벚꽃 피는 봄에 찾기 좋은 카페라는 수식어도 참 좋다. 그러나 저희 카페는 계절마다 매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체리 음료와 디저트,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을 콘셉트로 인테리어와 메뉴에 변화를 준다"며 "손님들이 사계절 내내 찾는, 매번 새로움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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