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2016년 2월 시작한 마이너스(-) 금리를 8년 만에 해제하며 통화정책 전환의 시대를 열었다. 이번 결정으로 엔화 가치 상승 등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되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장밋빛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17년 만에 금리 인상 단행
19일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1%에서 0~0.1%로 상향 조정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결정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아주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의 핵심정책을 종식하는 것이다.
BOJ는 2016년 9월부터 국채 수익률을 0% 수준으로 유도해온 국채수익률통제(YCC)도 종료했다. YCC 정책은 2016년부터 시행됐지만 장기 금리 상승을 막아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자국 기업 주식을 사들여 증시를 떠받쳐온 상장지수펀드(ETF)와 리츠(J-REIT) 매입을 중단한다.
지난해 4월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취임한 이후부터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우에다 총재는 금리와 관련한 권한을 손에 쥔 뒤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권을 가진 BOJ 이사회 소속 이사들이 올해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고려할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혀왔다.
경제지표도 일본의 금리 인상을 재촉했다.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확인하고 2%의 물가안정 목표가 지속적·안정적으로 실현돼나갈 것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2%를 기록하며 BOJ의 기대치에 부합했고,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해제 동력을 보탰다. 올해 일본의 임금협상(춘투) 1차 집계 결과(771곳), 임금 인상률은 평균 5.28%를 기록하며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경제 반등에 대한 기대
역사적 이벤트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놓고 경제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BOJ는 오늘 예외적인 통화정책 완화 시대를 마감했다. 이는 명목 GDP 성장률, 임금, 물가, 기업 이익이 증가하는 선순환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도쿄 수석 FX 전략가 스즈키 히로후미는 "널리 예상했던 대로 BOJ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했다. 또한 YCC를 제거하는 등 통화 정책 정상화에 착수했다"며 "이 결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이는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경제에 진입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금리가 점진적으로 인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컨설팅 회사 EY-파르테논의 파트너 변호사 고바야시 노부코는 BBC 보도에서 "인플레이션의 회복은 경제에 좋은 소식일 수도 있고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며 "일본이 생산성과 국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면 좋다. 인플레이션이 전쟁이나 공급망 중단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계속 유지된다면 나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BOJ도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 여건이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최소한 올해는 추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책임자 마르셀 티엘리언트는 "이제 인플레이션이 끓어오르면서 노조가 내년 회담에서 더 적은 임금 인상을 추진할 것 같다"며 "올해 임금 인상률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BOJ 목표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BOJ는 더 이상 정책 금리를 인상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통해 "소규모 기업의 임금 인상은 임금협상에 참여하는 기업만큼 강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당분간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토추경제연구소의 수석경제학자 다케다 아츠시는 "BOJ는 금리를 2% 인플레이션 목표로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단 한 번만 금리를 25bp(0.25%) 인상하고 내년에는 두 번 더 인상할 수 있지만, 실제 금리 인상 속도는 그보다 훨씬 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즈호증권의 최고 데스크 전략가 쇼키 오모리는 "우리는 엔화 약세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엔화는 여전히 자금 조달 통화로 남아 있으며 캐리 트레이드에 계속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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