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기후변화 대응과 자원순환, 물관리로부터

서흥원 대구지방환경청장

서흥원 대구지방환경청장
서흥원 대구지방환경청장

22일은 제32회 '세계 물의 날'이다. 그리고 이번 물의 날 주제는 '평화를 위한 물 활용'(Leveraging Water for Peace)이다. '평화를 위한 물 활용'이라 하면 우리는 통상 나일강이나 메콩강 같은 국제적인 분쟁을 떠올리기가 쉽다. 그러나 물을 둘러싼 분쟁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

대구경북만 하더라도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고 등 과거부터 수차례 수질오염사고가 있었고, 최근에도 상수원을 둘러싼 대구시와 구미시 간 갈등, 낙동강 녹조 및 조류 독소와 관련한 이슈, 홍수로 인한 산업과 주민 피해, 상수원과 하천 주변의 보전과 개발 간 갈등 문제가 끊기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뭄과 홍수는 이제껏 구축해 놓은 재해예방 시스템을 뛰어넘는 초대형 재난으로 커지고 있고, 하천과 호수는 수온 상승으로 수질 악화가 더 자주 나타난다.

포항의 냉천과 낙동강 상류인 영주·예천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는 이러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이전에 설마하던 규모의 재해가 이젠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되어가는 상황이다.

물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당연히 쉽고 편한 왕도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래 환경과 수요에 대한 정밀한 예측과 계획적인 활용, 상·하류 간 역지사지의 열린 마음과 인내를 통한 협업, 그리고 '쓰고 버리는 흔함'이 아닌 '소중한 자원으로 절약과 깨끗한 순환 이용' 등으로 물의 가치를 되새겨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시민사회가 소통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위로는 영주·봉화·울진에서, 아래로는 고령·달성에 이르는 낙동강 544리 물길과 자연 등 환경을 책임지고 있다. 물론 대구경북 지자체, 수자원공사 등과 역할을 분담하며 깨끗한 물, 안전한 물, 쾌적한 하천 환경과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4년 대구환경청은 지난해 녹조가 심했던 안동과 영주댐을 중심으로 오·폐수, 가축분뇨 등의 오염물질 유입을 줄이고 환경오염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며, 주민이 먹는 물이 독소나 위생에 문제없이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쓸 것이다. 이를 위해 오·폐수 관리와 환경기초시설 정비 예산, 기술교육 등 지역사회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아울러 심해지는 기후위기에 맞서 주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취약지구 지정과 관리, 하천 내 보와 제방 관리 강화, 하천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자전거길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을 꼼꼼히 관리해 안전 환경 만들기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을 둘러싼 갈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갈등을 열린 마음으로 풀어 뇌관이 아닌 더 나은 발전을 이끄는 해결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있다. 항상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부족하면 채우고 가며, 갈증과 더러움을 씻어 주는 물의 소중함과 선(善)함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가뭄과 홍수, 오염으로 인해 물이 해로운 존재로 표변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크나큰 도전이나, 대응에 따라 물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세계 물의 날을 통해 우리는 물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갈등을 넘어 평화적인 물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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