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명 등 24명이 굴조개와 생미역을 먹고 서로 잇달아 폭사(暴死)했는데, 이는 반드시 독을 만난 것입니다."
1493년 4월 경상도 관찰사 이계남이 조정에 급한 보고를 올렸다.
바다 가까이 있던 웅천(熊川·지금의 창원 진해구 웅천동)에서 주민들이 무더기로 죽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계남은 해산물을 채취하지 못하도록 명을 내렸다.
그러나 성종(재위 1469∼1494)의 생각은 달랐다.
성종실록 4월 28일 기사에 따르면 왕은 "어찌 굴조개와 생미역이 사람을 죽였겠는가? 이는 반드시 복을 먹은 것"이라며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 옛날 '집단 의문사'의 주범으로 왜 복이 꼽혔을까.
최근 출간된 '한식문화사전'(휴먼앤북스)은 한 관료가 "굴조개는 여름철이 되면 충실해지나, 복이 알을 낳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다"고 말한 부분에 주목한다.
책은 "복어는 피에서부터 알까지, 어느 것 하나 조심스럽지 않은 것이 없는 생선"이라면서도 조선시대 조리 방법부터 복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며 복어에 대해 설명한다.
음식의 유래부터 그와 관련한 문학 작품, 문화를 살펴보는 종합 자료인 셈이다.
문학, 민속학, 미술사학, 한의학,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15명의 전문가는 총 1천94개의 표제어를 다루며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한국인의 음식 문화를 짚는다.
984쪽에 달하는 이른바 '벽돌 책'이지만 눈길을 끄는 이야기도 많다.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에는 춘향의 어머니 월매가 이몽룡에게 진수성찬을 차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가리찜, 제육찜, 숭어찜, 대전복 등.
그중 가리찜은 오늘날 갈비찜을 뜻한다. 갈비 하나만 놓고도 수원갈비, 이동갈비, 떡갈비, 소갈비, 갈비탕 등 다양한 음식 문화를 설명해준다.
1920년대 일제 식민지 상황에서 나온 소설 '운수 좋은 날'에는 임신한 아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 했지만 먹지 못한 음식으로 설렁탕이 나온다.
그 시절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날품팔이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다.
두꺼운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462개 도판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흥미를 더한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총설에서 "한식의 핵심은 '곡물 밥+반찬'의 식사 방식"이라며 한식 간장, 김치, 나물을 가장 오래된 한식의 으뜸 음식으로 꼽는다.
총설에는 한식 식사의 기본 구조, 한식의 으뜸 반찬, 최고급 음식인 조선 왕실 음식 등 15가지 주제를 정리한 내용이 담겨 있어 한식 문화를 요약해서 이해할 수 있다.
출판사 측은 "기존의 재료와 레시피 중심의 한식 설명에서 벗어나 한식에 문화의 온기를 불어넣는 기초를 마련하고자 기획된 책"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 한식문화사전 = 주영하·이숭원·정호웅·이종묵·차충환·하응백·구혜인·김혜숙·서모란·양미경·이민재·이소영·박경희·박선미·홍진임 지음. 9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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