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현덕 교수의 골프산업] <21>고비용 골프, 3R(줄이고, 재사용, 재활용)로 극복

골프강국임에도 골프용품 무역수지 적자국
새 골프공 만큼이나 경쟁력있는 로스트볼 사용
불필요한 환경 부담 줄이는 스마트한 골퍼가 되자

최근 들어 굳이 새 공을 사용하지 않고, 로스트볼을 쓰는 아마추어 골퍼가 늘고 있다. 김현덕 교수 제공
최근 들어 굳이 새 공을 사용하지 않고, 로스트볼을 쓰는 아마추어 골퍼가 늘고 있다. 김현덕 교수 제공

우리 골프가방에는 정말 많은 용품 장비를 지니고 있다. 클럽만 14개, 비 오는 날을 고려해 여러 개의 장갑과 레인 재킷, 동반 캐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춤의 거리 측정 스코프와 골프 전용 스마트워치 등. 이에 더해 골프공의 편심을 잡고 퍼팅 스트로크를 줄이고자 줄을 긋기 위한 라이너 그리고 한 번 치고 이별할 때도 많은 값비싼 브랜드 골프공 등.

정말 다양한 용품이 골프 시장에 소개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골프 치는 비용과는 별도로 패션 아이템과 용품 구비에 지출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골프는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신체 활동 중 비교적 즐거운 종목이 분명하나, 지출은 상상을 초월할 때가 많다. 스포츠는 인간의 활동 중 가장 건강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좋은 벗을 사귀고 나눌 기회를 준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다짐과 함께 본격적인 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멋진 기량과 스윙 역시 준비하지만 벚꽃 나들이 골프를 위한 패션과 장비에 신경이 쓰인다. '새로운 용품과 클럽이 어떤 게 있을까' 연습장에 비치된 잡지를 살펴보면, "극강의 비거리", "안정된 타구", "실수를 보완"(Forgiveness) 등 이해하기 어려운 기호를 포함하는 최첨단 우주선 소재를 사용해 제작했다고 홍보한다.

골프 클럽과 장비를 형용하는 마케팅 용어들은 너무 자극적이다. 초원에서 벚들과 서로의 패션 감각, 새로운 용품과 장비에 관한 이야기 역시 골프의 큰 묘미 중 하나이다. 실제 골프의 첫 번째 참여 동기는 "사회적인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골프는 모든 스포츠 종목 중 소비의 끝판왕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종목 중 시설 사용료를 지급하고 그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는 골프가 유일할 것이다. 고급 레저 스포츠로 분류되는 요트도 있지만, 정박을 위한 계류비 이외에 '바다 사용료'는 지급하지 않는다. 고급 레포츠로 대표되는 수상스키, 산악 클라이밍 및 항공 관련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도 자국 브랜드 골프용품들이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골프강국답게 골프 무역수지 적자국을 탈피해야 한다. 김현덕 교수 제공
중국에서도 자국 브랜드 골프용품들이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골프강국답게 골프 무역수지 적자국을 탈피해야 한다. 김현덕 교수 제공

2022년 관세청 수출입 통계자료에 따르면 골프 용품 수입액은 8억7천만 달러로 환산하면 1조1,500억 정도의 규모로 2022년을 기점으로 계속 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 용품 수출액은 1억2천만 달러로 1,500억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골프를 잘치는 프로가 가장 많은 골프 강국임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어마어마하다. 골프 강국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현실이다.

골퍼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소비는 재화의 생산과 유통을 위한 탄소 배출과 환경 자원의 소요로 연결된다. 자원의 순환을 최대한 장기화시키고 파생되는 배출물의 활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5년 EU에서 공표한 순환경제(CE, circular economy) 차원에서 골프를 포함한 레저 스포츠 활동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레저 스포츠 활동은 우리 삶의 영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수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즐거운 골프를 위한 우리의 그 많은 소비활동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소비에는 생산을 위해 소요된 에너지와 탄소 배출이라는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관심 가져야 할 책임조건이 요구된다. 즉, 환경자원을 사용하여 생산 공급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잠재적 사용 가치를 극대화하고 환경 부하 저감은 3R(Reduce, Reuse, Recycle)을 통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골프용품과 장비 중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단언 골프공이 아닐까 생각한다. 4㎝가 조금 넘는 골프공은 우리의 비장한 각오를 전혀 알아주지 않으며, 볼 슬리브에서 꺼내기가 무섭게 종종 O.B와 패널티 구역(해저드)으로 떠나 보낸다.

MZ세대의 골프산업 등장으로 체감되는 가장 긍정적 변화는 중고 골프용품 시장의 활성화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멋진 패션 아이템들로 자신들을 뽐내며 셀카에 열중이지만 그들에게 중고거래는 매우 익숙하다. 수많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아이템은 당연히 골프용품이다. 정부 역시 RE100, 유엔이 제시한 ESG17 지속가능 목표달성, 탄소 제로 및 환경과 경제 선순환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펼쳐왔다.

최근 중고 용품 시장에서 골프공 거래가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고 골프공 거래는 소규모 자영업 형태나 골프장 자체적으로 판매해 오던 모습과는 다르게 플랫폼 기업들이 중고 골프공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골프공 수입액만 2,000억 원 이상이라고 한다.

이런 중고 골프공 판매업체들은 골프장에서 수집한 골프공을 매입하고, 세척 분류하여 상태에 따라 가격 등급을 나누어 판매한다. 자신들의 로고나 구매자가 원하는 로고를 삽입하여 판매하는 업체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한 번 구매해서 사용해 보니, 4배 이상의 가격차이 나는 신품 골프공을 구매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깨끗하며, 공 3개가 들어있는 슬리브 상자에서 꺼내면 새 공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서울시와 라이트 브라더스 공동 프로젝트
서울시와 라이트 브라더스 공동 프로젝트 '재생 자전거 타기'. 김현덕 교수 제공

골프와 더불어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론 단연 자전거일 것이다. 라이트브라더스라는 기업은 자전거로 교통 분담율을 높이고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Sweet Sweat Point(스스포) 앱을 운영하고 있으며, X-ray 기반 비파괴 검사를 활용해 보다 신뢰 높은 중고 자전거 거래를 주도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협력하여 버려지는 자전거를 수리하여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골프산업에도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진정 스마트한 골퍼는 불필요한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절약하지만 멋진 플레이로 자신을 뽐낼 수 있는 골퍼일 것이다. 아름다운 벚꽃 시즌 우리 모두 스마트한 골퍼가 되기를 바란다.

계명대학교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한국프로골프협회 소속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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