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꼴찌네"
중학교를 막 입학한 딸의 기초학력 진단평가 성적표를 보자마자 이정희(가명·50) 씨는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정희 씨는 못내 말을 삼켰다. 본인 방은커녕 제대로 된 책상과 의자도 없는 환경, 남들 다 가는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내는 신세에 딸을 질책하긴 어려워서다. 학원비라도 벌려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정희 씨에겐 대문 밖 열 발자국 거리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 것도 힘겨운 일이다.
◆ IMF 외환위기 탈출하려다 빚더미 앉아
3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정희 씨는 중학교를 마친 뒤 고향 문경을 뒤로하고 대구로 향했다. 낮에는 먼지가 뿌옇게 날리는 공장에서 재봉질을 하고, 밤에는 학교를 다닐 요량이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장녀에겐 으레 당연한 일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재봉질은 계속됐다. 당시 대구의 섬유산업이 점점 쇠퇴하자 성실한 젊은 직원이 귀해졌고, 정희 씨를 찾는 곳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넉넉하진 않았어도 그런대로 살만했다.
지금의 남편인 이규호(가명·49) 씨를 만난 것도 봉제공장이었다. 당시 규호 씨는 공장 사장이었던 매형 밑에서 일을 돕고 있었다. 정희 씨는 규호 씨의 착한 마음씨와 잘생긴 외모가 마음에 쏙 들었고, 또래였던 둘은 자연스레 가까워져 사실혼 관계가 됐다.
건실했던 두 청년을 절망 속으로 빠뜨린 건 IMF 외환위기였다. 급속도로 일감이 줄어들었고, 거래처에서 대금을 못 주는 경우가 늘어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규호 씨가 수금을 하러 다녀봤지만 허사였다.
그 뒤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됐다. 조금이라도 더 버티면 금방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이들을 감쌌기 때문이다. 규호 씨는 매형 공장을 살리기 위해서, 정희 씨는 규호 씨를 위해서 모은 돈은 물론 대출까지 받았지만 결국엔 헛수고로 돌아갔다.
그렇게 IMF 외환위기는 정희 씨의 모든 것을 앗아갔고, 친정 식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정희 씨는 다시 일감이 있는 봉제공장을 전전하기 시작했고, 규호 씨는 매일 일용직을 구하러 다니며 생계를 이어갔다. 둘 다 일이 불규칙적으로 있었던 탓에 수입이 일정치 않았고 이들은 빚을 갚지 못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 딸은 커가는데...생계 꾸려나갈 사람은 없어
삶에 대한 희망이 생긴 건 딸 세영(가명·12)이가 태어나면서다. 경제적인 상황이 크게 나아진 건 아니었지만 세영이의 존재만으로도 정희 씨에겐 큰 힘이 됐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순했던 세영이는 별다른 잔병치레 없이 지금껏 잘 커오고 있다.
특히 정희 씨는 세영이를 보면서 어릴 적 화가를 꿈꿨던 자신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엄마를 닮았는지 어릴 적부터 세영이는 또래에 비해 남다른 그림 솜씨를 보여왔다. 딸 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은 맘에 생활비를 줄여 인근 미술학원에도 잠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세영이는 얼마 못 가 미술학원을 그만두게 됐다. 지난해 들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희 씨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처음 정희 씨의 몸이 경고등을 켰던 건 세영이가 뱃속에 있을 때다. 임신 중에 난소에서 혹이 발견됐고, 무사히 잘라냈지만 그때부터 빈혈을 달고 살게 됐다. 요즘에는 빈도가 더 잦아져 외출 자체를 하지 않게 됐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걷다 보면 머리가 핑 돌아 쓰러질 것 같아서다.
이가 8개 넘게 빠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도 건강을 악화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태생적으로 치아건강이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5년 전부터는 덧니가 점점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그 여파로 치아가 벌어지면서 하나둘씩 빠졌다. 임플란트 치료가 시급하지만 역시나 돈이 문제다.
현재로선 생계를 이어갈 사람이 규호 씨뿐이지만 그도 척추측만증에다 오른쪽 어깨마저 좋지 않은 상태다. 한때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병원비마저 없어 꾹 참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규호 씨마저 최근에 이가 빠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모두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불안정했던 생계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건강보험료와 각종 공과금을 내지 못해 연체된 금액만 1천만원에 달하는 데다 살고있는 집의 월세도 4달이나 밀렸다.
IMF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된 빚은 이자가 불어나 지금은 정확히 얼마인지도 알 수 없다. 개인회생 절차라도 밟으려면 일정기간 돈을 납부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어렵다. 이들에겐 얼마 전에 신청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이 유일한 희망이다.
사실 이보다 정희 씨를 더 괴롭히는 건 세영이다. 중학교를 올라간 딸에겐 개인 방도, 용돈도 필요할 텐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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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건강 모두 잃은 강성훈 씨에게 2,299만원 전달
가족에게 버림받고 노숙생활 중에 백혈병까지 걸린 암환자 강성훈 씨(매일신문 3월 12일 10면 보도)에게 2천299만2천5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삼이시스템 10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서민성 5만원 ▷최종호 5만원 ▷강종수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지원 1만5천원 ▷김리나 2천원 ▷이장윤 2천원 ▷하정현 1천500원 ▷'김나현쌤' 10만원 ▷'모두건강행복평'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빚더미 속에서 대학 진학 꿈꾸는 정찬우 군에게 2,264만원 성금
장애있는 아버지와 함께 매일 빚 독촉장에 시달리는 고교생 정찬우 군(매일신문 3월 19일 10면 보도)에게 48개 단체, 141명의 독자가 2천264만1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동수)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소애뜰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자동차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이구팔육(김창화)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부산더리터토곡한빛병원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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