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길은 살아있네
그늘 숨긴 가로수를 당기며
가방 둘러멘 아이들의 바지 길이를 키우며
얼금얼금한 담장을 세우고
구멍 사이 덩굴장미를 피워 올리네
아이들이 담벼락에 붙어 서서 꽃송이를 세네
더러는 가시에 찔리고 더러는 이파리에 베이면서
아악, 코를 떨어뜨리네
툭툭, 피가 돋네
한 송이 더 피어도 넘치지 않고 덜 피어도 모자라지 않아서
꽃들은 덤불 속에서 스스로 폭발하네
꽃술에 앉았다가 미끄러지는 마음아
날아오르는 나비야
사라질 듯 눈 속으로 달려드는 너는 어디까지 따라오려 하니
먼빛으로 바래다주는 아슴푸레한 눈길
우체국 지나고 신호등 지나고
건널목 지나 학교 앞서야 멈추려 하니
꽃피고 바람 불고 경적이 일어나는 학교 가는 길

<시작 노트>
학교로 가는, 살아있는 길을 만나게 된다. 바람 불고 소음이 일어나는 길 끝, 어느 인심 좋은 담벼락에 덩굴장미가 피어있다. 꽃들은 한 송이 더 피어도 덜 피어도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어 스스로 폭발하고 사그라진다. 누구나 우거진 장미 마중을 꿈꾸며 나아가지만, 꽃을 만날는지 가시에 찔릴는지 아무도 모를 일, 지금 바른 방향으로 걷고 있다면 길은 언제나 적절한 말을 건네고 적합한 꽃을 피울 것이다. 나는 오늘도 살아있는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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