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영춘화가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알려줬다. 공원 석축에 노랗게 핀 꽃이 개나리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영춘화였다. 산수유, 매화, 목련, 개나리에 이어 봄꽃의 대명사 벚꽃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머뭇거리던 봄이 쏜살같이 당도한 것이다.
봄은 어김없이 왔다. 꽃은 다시 피었다. 사람들은 꽃을 보며 봄을 맞는다. 지난 9일 열린 경남 양산의 원동 매화축제에는 20만 명의 상춘객이 몰렸다. 봄꽃은 생명의 신비다. 사람들에게 기운을 준다. 그래서 작가 피천득은 봄을 이렇게 찬양했다. "민들레와 오랑캐꽃이 피고 진달래 개나리가 피고 복숭아 살구꽃 그리고 라일락, 사향장미가 연달아 피는 봄, 이러한 봄을 사십 번이나 누린다는 것은 적은 축복이 아니다. 더구나 봄이 사십을 넘은 사람에게도 온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녹슨 심장도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 한다."(수필 '봄' 중에서)
자연은 요상하다. 올해 벚꽃이 빨리 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상 고온 현상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벚꽃 축제를 앞당겼다. 그런데 꽃이 활짝 피지 않았다. 꽃샘추위 등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이다. 진해 군항제는 벚꽃 없이 23일 개막했다. 경북 경주시는 22일 개최 예정이던 '대릉원 돌담길 벚꽃 축제'를 일주일 미뤘다. 다른 지자체들도 벚꽃 축제 일정을 조정했다.
아무튼 봄꽃의 개화(開花) 시기가 빨라진 점은 분명하다. 기후변화가 개화를 재촉한 것이다. 매화의 경우, 제주(1월 15일)와 서귀포(1월 21일)를 시작으로 부산(2월 6일)에서 예년보다 일찍 개화가 관측됐다. 올해 서울에서 매화의 발아가 공식 관측된 날은 지난달 17일이다. 기상청이 봄꽃 개화를 관측한 1973년 이후 가장 빨랐다.
우리나라 봄 평균기온은 크게 올랐다. 1973년 전국 평균 11.5℃를 기록했던 봄 평균기온은 지난해 13.5℃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내륙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경남은 12.6℃에서 14.2℃로 상승했다. 지구온난화는 '기후위기'다.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라고 지적했다. 이른 봄꽃은 자연의 경고다. 봄꽃을 마냥 반가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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