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의사 증원 아닌 필수 과목 부족 해법 필요

최주희 변호사
최주희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 증원 정책 추진과 의협의 대치가 끝없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피로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통령은 왜 의사 증원을 이렇게 고집하는 것일까.

지금 대한민국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는 소아, 산부, 흉부, 응급 등 필수 과목 의사 부족이다. 그런데 소아, 산부, 흉부, 응급은 특성상 사망 등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고, 소아과는 이대목동병원 사태처럼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고를 언론의 압박에 떠밀려 혐의가 인정되지도 않은 의사들을 구속하면서 꺼리게 되었다.

출산율이 저조해지면서 산부인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흉부, 응급은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사망 확률이 높은 과목임에도 의료수가에 대한 반영은 내과, 소화기과 등과 매한가지이니 누가 같은 돈에 더 힘든 일을 하고 싶겠는가.

이런 필수 과목에 대한 의료진 부족이라는 현 상황은 전체 의사 수라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의료 접근성'이라는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오지 산골이나 섬 마을에 살지 않는 이상 차로 30분 거리 내에 의사가 없는 곳이 있는가? 없다. 이미 의사는 충분하다.

다만, 위험은 낮고 더 많은 수익을 얻는 미용 과목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필요 과목에 의료진이 부족한 것이지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의대들은 물론 증원하면 등록금 수익이 그만큼 느니까 좋아하지만, 전체적인 의사가 그렇게 늘어난다고 그 의사가 소아, 산부, 흉부, 응급에 모두 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의사 증원이 지금 문제를 해결할 정확한 해법은 아니다.

국민들 입장에선 비급여 과목이 아닌 내과, 외과, 영상의학 같은 경우에도 건강보험료가 반영되니 그저 늘어나면 좋으려니 싶을 수도 있지만, 이미 과잉 진료하는 의사들이 수두룩하고(예를 들어 CT만 찍어도 되는 것을 굳이 추가 검사를 한다거나), 그들이 과잉 진료하더라도 해당 분야에 대해 모르는 우리로서는 그러려니 하고 만다. 어차피 건보료는 지급되니까. 의사도, 국민도 건보료에 기대 과잉 진료가 되든 말든 모른 채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다.

여기서 건보료 반영 과목에 대한 의사들이 더 늘어나 또 과잉 진료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면? 결국 건보료는 인상돼야 한다.

현재의 건보료도 이미 전체 국민을 감당하는 데 있어 부족한 실정이고, 이에 몇 해 전 건보료가 상승했는데 의사가 증원되면 우리가 내야 하는 건보료는 앞으로 몇 배나 더 올라갈지 알 수 없다. 의사 증원에 대해 그저 의사들이 늘어나면 좋으려니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이겠지만, 장기적으로 고려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정말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을 찾고자 한다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진짜 의사 수가 부족한 필요 과목에 대한 의사를 늘리는 정교한 정책, 예를 들어 필요 과목에 대한 의료수가 증액, 의료사고에서 혐의 인정이 되기 전까지 의사의 신분 보장 등 근본 원인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지 주먹구구식, 수박 겉 핥기 정책으로는 근본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어지는 의료진과 대통령의 대립을 보며 국민은 국민대로 정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이제는 누가 국민의 목숨을 담보 삼아 강행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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