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지난주 22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28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만 2년이 지난 시점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윤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진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임기 중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일반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제22대 총선의 의미는 일반론적 의미 그 이상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야당이 승리하거나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의석을 차지할 경우, 급격한 레임덕을 방지하고 국정 수행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야당과 협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권의 남은 3년은 매우 상반된 역동성을 띨 가능성이 높다. 정권의 존망이 걸렸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대통령 측근과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는 정권의 안위를 위협할 만한 불씨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인사, 외교, 경제 등 모든 부문에서 낙제점 수준의 국정 수행 능력을 고스란히 노출했고, 야당과 대화하지 않고 범죄 집단 취급을 하면서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그 결과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국정 지지율이 역대 정권 최하 수준이고 정권 견제론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총선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중심으로 고착되는가 싶더니 작년 연말부터 제3지대 형성으로 역동성이 커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주도하는 제3지대가 양당 체제에 균열을 가져오는가 싶었으나 두 세력이 화학적 결합에 실패하면서 국민적 관심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낙연, 이준석 두 세력이 주도하는 제3지대는 원초적인 한계를 가지면서 중도층 공략에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은 새로운 비전과 시대정신 없이 혐오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양당에 대한 비호감층 내지는 대통령이나 당대표에 대한 반대층을 흡수하는 전략으로 출발했다. 두 사람 모두 양 당의 당대표를 거쳤으나 주류 세력에 밀리면서 주류에 반기를 들고 뛰쳐나온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보다는 비주류로 몰린 것에 대한 분풀이 성격이 강했다.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 상황에서 중도층의 특성과 정치적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준석, 이낙연은 제3세력의 대안이 될 수 없었고, 중도층 공략에 실패했다.
제3지대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양당에 대한 비호감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불신이 핵심이다. 혐오와 갈라치기, 이념 논쟁 등 퇴행하는 정치 풍토에 대한 문제 제기 성격이 강하다. 미래지향적인 정치, 국가의 발전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제3지대에 대한 요구는 시대정신이 살아 있는 정치다. 조국혁신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국민들의 조국혁신당에 대한 관심 키워드는 '공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로남불과 불공정의 상징이었던 조국 대표가 '공정'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윤석열 검찰의 조국을 향한 먼지털이식 수사와 언론을 앞세운 악마화 프레임이 국민적 동의를 얻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과도한 수사와 혐오 정치의 '희생양'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조국의 꺾이지 않는 모습과 검찰권 남용과 정권의 내로남불 불공정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응집된 결과로 보여진다. 조국혁신당의 인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중심의 기성 정치에는 공정이 없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조국혁신당은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품었다.
민주주의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 체제라면, 선거는 이러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은 자신의 대표를 선출하고, 이러한 대표들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국민의 의사가 국정에 반영될 수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불과 0.73%포인트 격차의 초박빙 승부였지만,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승패를 따질 경우 국민의힘이 15석가량 앞섰다. 국회의원 선거는 전체 득표율보다는 의석수로 승패가 갈리는 선거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이 중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심판이냐? 안정이냐?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따라 정치적 명암은 분명하게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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