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대 증원’ 중재 나선 국민의힘, 갈등 조정 능력 보여라

정부의 대화 요구에 의사들은 '의대 2천 명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고,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은 현실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대 교수진을 비롯한 의료인들은 의료 개혁을 위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5월 내 모든 조치를 마무리하겠다며 '2천 명 증원'에 쐐기를 박았다.

윤 대통령이 전공의 면허정지 유연 처리와 의사 단체와 대화 추진 지시로 의정(醫政) 갈등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매듭은 더 꼬이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비롯된 진료 공백은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로 악화일로다. 대화 재개를 위한 의정 간 물밑 접촉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정부는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2천 명 증원'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하고, 의사 단체는 '2천 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화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향한 기만이다.

'2천 명 증원'은 사태의 원인이자 핵심 의제다. 이는 대화의 장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다. '2천 명 증원'은 금과옥조(金科玉條)가 아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하고, 의사들은 먼저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진료 공백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놓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5일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절규했다.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는 의정 갈등 속에 정치권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갈등을 관리하고 중재하는 게 공당(公黨)의 책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표 계산만 하고 있다. 특히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정 갈등에 뒷짐만 지고 있다. 오로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외치며 지지 세력 결집에 몰두하고, 돈 푸는 허황된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의정 대화의 중재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를 만난 뒤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요청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진전이 없어 실망스럽다. 국민의힘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정부와 의사 단체를 설득해야 한다. 여당의 갈등 조정 노력이 의정 타협을 이끌어낸다면 총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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