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택 소유를 둘러싼 인종차별과 돈 장사

[책]이윤을 향한 질주
키앙가야마타 테일러 지음 / 에코리브르 펴냄

주택 소유에 대한 열망은 시대, 세대, 지역을 불문한다.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의 나라 미국에서도 주택 소유는 '아메리칸 드림'의 주춧돌이자 실현이다. 아울러 주택 문제는 사회 갈등과 사회 불평등의 키워드로 자리 잡아 분열의 온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부자와 빈자, 도시와 농촌,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서 펼쳐지는 문제라면, 미국의 경우에는 백인과 비백인(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이, 즉 인종 문제가 추가되면서 더욱 복잡하고 까다로워진다.

미국 프린스턴대 키앙가야마타 테일러 교수가 쓴 '이윤을 향한 질주'(Race for Profit)는 미국의 주택 정책과 관련한 인종차별 역사를 다룬다. 시기적으로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아우른다. 정부의 무책임이 어떻게 은행과 부동산업체를 배 불렸는지, 어떻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착취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968년 제정된 공정주택법 등을 토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저소득층 주택 소유 프로그램(연방 보조금·긴 상환 기간·모기지 보험 보증 등)을 진행했다. 대출금이 연체되면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대출을 실시하자 부동산 중개인과 모기지 대출기관이 새로운 고객에 눈독을 들였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 경기가 둔화하고 대출이 줄어들고 있었다. 업계로선 신규 고객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때 정부 보증을 등에 업은 흑인이 수요자로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집을 사고파는 데 익숙한 백인보다 집을 구매해 본 적이 없는 가난한 흑인들은 그들에게 손쉬운 상대이자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간 흑인들을 배제해왔던 부동산업체와 모기지은행은 흑인들에게 집을 소개하고 대거 돈을 빌려줬다.

특히 부동산 및 모기지 은행가들에게 흑인 여성들은 중요한 고객이었다. 흑인 여성은 가난하고 절망적이며 납부금을 연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의 프로그램과 달리 압류된 주택의 모기지에 대해 대출 기관에 전액 지불을 보장해주는 주택도시개발부-연방주택청의 보증은 위험을 배제의 사유에서 포용의 인센티브로 뒤집어놓았다.

저자는 이를 '약탈적 포용'이라고 표현한다. 약탈적 포용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주택 매수자가 기존의 부동산 관행과 모기지 금융에 대한 접근 기회를 더 비싸고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조건으로 부여받았음을 뜻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동산업계는 백인들이 거주하는 교외 지역보다 인프라가 노후하고 학군도 좋지 않은 지역으로 흑인들을 내몰았다. 미국에서 주택의 가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의 인접성 여부에 좌우된다는 시장 논리를 앞세워서 말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낙후된 도시 지역으로 분리시킨 뒤 해당 지역사회에 자원 및 기타 투자 제공을 차단하자 그들은 급여가 더 나은 일자리와 자원이 넉넉한 공립학교에 접근하기 어려워졌고 기준 미달 주택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상황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잠재적 주택 소유자로서 부적합하고, 주택 시장에서 부동산 가치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임을 말해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더 큰 주택 시장을 감염시켜서는 안 되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거주를 흑인 전용 동네로 제한하자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저자는 지난 100년 동안 주택 시장이 인종차별 없이 공정하게 운영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 1968년 공정주택법 사례에서 보듯 시장은 정부의 정책 의도 대신 이윤과 인종차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책에는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언급은 없다. 과거 미국 주택 시장이 '포용이라는 이름의 차별과 배제의 고착화'로 얼룩졌다면 현재는 과연 어떤 상태일까. 나아졌을까. 584쪽, 3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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