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에서 해운 길목인 볼티모어항이 화물선 충돌에 따른 다리 붕괴로 무기한 폐쇄되면서 물류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교량 재가설에도 5년 정도 걸릴 예정이어서 해운사나 물류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번 사고는 화물선이 불순물이 섞인 저질연료 탓에 동력이 꺼져 사고를 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교량 재건설 5년 정도 걸릴 수도
볼티모어항을 가로지르는 교량 재건설에는 5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대형 교량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이하 키브리지) 붕괴로 폐쇄된 볼티모어항이 언제 운영을 재개할 수 있을지 "추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키브리지 재건축이 "빠르지도, 쉽지도, 저렴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다리 재건축과 고속도로 복구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부티지지 장관은 키브리지가 처음 건설될 당시에는 5년이 걸렸다면서 "이것이 (재건축에) 5년이 걸린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가늠하는 데 도움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볼티모어항 운영 재개는 키브리지 재건축보다는 덜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부티지지 장관은 "항만 재개방은 다리 재건축과는 다른 문제로, 단지 수로를 치우는 게 관건"이라며 "그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다리를 완전히 재건축하는 것보다는 더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와 해운사 비상등
미국 수출 주요 경로가 마비되자 완성차 업체와 해운사 등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 동부 체서피크만에 위치한 볼티모어항은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주요 관문이자 미국 최대 자동차 수입항이다. 지난해 자동차와 소형트럭 84만7천여대를 취급했는데 이는 13년 연속 미국 최대였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도 고객들에게 볼티모어항 운영이 정상화되기까지 "몇 개월"은 걸려 당분간 볼티모어를 서비스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알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볼티모어항이 자사 차량의 미국 수출항 중 하나라고 밝혔다. 볼티모어항 주 항구를 이용했던 재규어랜드로버(JLR)는 이 사고로 자사 차량이 영향을 받았다면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대체 경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동차 수입에서 볼티모어항을 대체할 항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뉴저지, 뉴욕 등 미국 동부 해안의 다른 항구로 대체 경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물동량 증가와 전문인력 부족으로 병목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물선 저질연료 사용했을 가능성
이번 충돌 사고는 화물선이 불순물이 섞인 저질연료 탓에 동력이 꺼져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대형 화물선이 동력을 상실하고 경간을 들이받는데 '오염된 연료'의 역할이 있었는지 여부가 조사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화물선 조사를 진행한 한 당국자는 "배의 동력이 완전히 끊겼고 조타장치나 전기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엔진 하나가 털털거리더니 멈췄고 엔진실이 칠흙같이 어두워진채 온통 연료 타는 냄새가 났다고 한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조사한 결과를 전했다.
일각에선 달리호가 출항전 전기 계통 문제를 겪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해운정보업체 컨테이너 로열의 공동관리자인 줄리 미첼은 영국 민영 ITV에 출연해 달리호가 사고전 볼티모어항에 이틀간 정박해 있으면서 전기 계통 관련 수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7일 사고 선박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또 싱가포르 정부도 이날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대형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해 여러 국가기관이 자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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