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분양 대책, 생색내기용…더 강력한 방법 마련을"

건설업계, 정부 경기 회복안 비판…업계 “총선용 보여주기식 정책” 불만
'CR 리츠'로 악성 미분양 매입…투자회사가 재임대 수익 얻어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책 재등판
까다로운 조건 탓 실효성 의문

국토교통부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위기설'이 돌던 부동산·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용했던 대책들을 다시 꺼내 들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CR) 리츠가 재등장한다. CR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용하는 투자회사를 말한다. 매입한 주택을 임대해 수익을 얻고 업황이 좋아지면 분양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처음 등장한 CR리츠는 2009년 2천200가구, 2014년 500가구를 매입한 적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민간이 보유한 부실 가능성이 큰 토지를 3조원가량 매입하기로 했다. 시행 사업을 위해 땅은 확보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한 탓에 착공도 못한 채 매달 이자만 지급하는 토지들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LH가 3조3천200억원 규모의 땅을 매입한 적이 있다.

정부의 대책에도 지역 부동산 업계는 총선을 앞두고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거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대구 한 건설사 관계자는 "크게 와닿지 않는 정책"이라며 "과거에도 비슷한 정책들이 있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서 실제로 성사되진 않았다. 실질적으로 얼마나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더욱 강력한 미분양 해소 대책을 호소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공동주택은 9천927가구로 1월 1만124가구보다 197가구(1.9%)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15.3%)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천88가구로 1월보다 23가구 늘었고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설사와 금융사가 어려워진 근본 원인은 미분양에 있다"며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산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대구시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종태 대구경북광고산업협회장은 "건설경기의 극심한 침체는 광고, 분양, 설계 등 관련 지역기업들의 연쇄 부실로 이어진다"며 "그나마 있는 후분양 현장에 지역업체가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대구시의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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