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계 "일말의 기대가 사라졌다" 분노 목소리 높아

일부 의사들 "윤 정권 심판" 목소리도

22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2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뒤 의료계는 "정부에 품었던 일말의 기대조차 다 사라졌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담화를 본 의사들 모두 담화문 내용이 이미 정부가 여러 번 언급했던 것들이고, 이에 대한 근거 또한 빈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내용을 고치지도, 근거를 보강하지도 않은 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며 "정부가 대화할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정부가 이렇게까지 급하게 의대 증원을 할 이유도, 꼭 2천명을 늘여야 할 이유도 담화문에서 찾을 수 없었다"며 "의료계와 대화의 여지를 아예 막아버린 담화 내용이었다"고 평했다.

대구시내 한 종합병원 원장은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이려면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하라'는 대목에서 마치 검사가 피의자를 심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의사들을 마치 국민에게 피해만 주는 집단으로 여기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교수 출신 개원의는 "각 대학에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말한다는 건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대통령에게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와 의료계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담화"라고 말했다.

이번 담화문으로 총선에서 의료계가 여당에 완전히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구시내 한 개원의는 "역대 정권에서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에 대해 의료계가 이처럼 반대를 표했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의사들 사이에 '현 정부 심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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