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은 누가 만드나?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비선출직 고위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휘두른다. 아파트 시장을 냉탕에서 온탕으로 만들 수 있고, 허허벌판을 아파트 숲으로 바꾼다. 청년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제도도 만든다. 이런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이 '부동산 부자'라면…. 그건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기는 꼴이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부자가 부동산 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 이해 충돌이 발생하고, 정책 신뢰가 무너질 수 있어서다. 4·10 총선 후보들의 '부동산 문제'가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0대 자녀 꼼수 증여, 편법 '영끌' 대출 등 투기 정황이 터졌다. 앞서 민주당은 '부동산 갭 투기' 의혹이 제기된 세종갑 지역구 이영선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부동산 내로남불'을 비판하지만, 국민의힘에도 부동산 과다 보유로 지적받는 후보들이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2대 총선 후보자(지역구·비례대표 952명)의 재산을 분석한 결과, 후보자 1인당 부동산 재산 평균은 15억7천만원이었다. 경실련은 ▷허경영(비례·국가혁명당, 509억3천만원) ▷박정(경기 파주을·더불어민주당, 409억7천만원) ▷이상규(서울 성북을·국민의힘, 387억4천만원) 후보 등 상당수가 과다 부동산 보유 기준에 속한다고 했다. 이 단체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통령 비서실 37명의 1인당 부동산 재산은 평균 31억4천만원이었다. 이는 국민 가구 평균의 7.5배나 된다. 장·차관의 부동산 재산 평균은 21억3천만원, 이 역시 국민 평균의 5.1배다.
부동산은 치부의 수단이며, 공직자 부패의 온상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는 단골 이슈다. 송곳조차 꽂을 땅이 없는 국민들은 땅이 꺼져라 탄식한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부동산을 멀리해야 한다. 그게 정치와 정책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개인의 도덕·윤리가 욕망을 억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법적인 강제가 필요하다. 주식에만 적용되는 공직자 백지신탁 제도를 부동산까지 확대해야 한다.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재임 중 재산을 대리인(정부)에게 맡겨 관리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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