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저장강박'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나 현황 파악은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장강박 증세가 악취, 대형화재,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기 발굴 및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저장강박의 상위개념인 강박장애 환자 수는 2018년 2만8천187명에서 2022년 4만42명으로 4년 새 42%(1만1천855명)나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환자 수만 벌써 3만2천363명에 달하는 등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오름세는 대구경북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대구의 강박장애 환자 수는 2018년 2천125명에서 2022년 2천899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2천351명의 환자가 집계됐다. 경북 역시 2018년 1천340명, 2022년 1천928명, 지난해 상반기 1천413명으로 각각 조사됐다.
강박장애 중 하나로 꼽히는 저장강박증은 물건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버리지 못하고 모아 두는 증상을 뜻한다. 쌓인 물건들은 심한 악취를 유발하고 거주자의 사회적 고립을 더 강화시킨다. 자칫 화재 발생 시 대형화재로 번질 우려도 크다.
지자체 차원의 관심이 시급하지만 대구시 9개 구·군 중 서구, 달성군, 군위군 등 3곳은 아직 관련 조례도 없는 실정이다. 조례가 있더라도 실태조사를 진행한 곳은 중구, 북구, 수성구 등 3곳뿐이고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둔 곳 역시 남구와 수성구, 달서구뿐이다.
예산이 배정돼있지 않은 지자체의 경우 행정복지센터나 주민 신고를 통해 저장강박 의심가구를 발굴한 뒤, 민간 봉사단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저장강박증 의심 가구를 지원한다. 예비비 성격의 '사례 관리' 예산이 사용되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 지원이 어려워 사각지대가 생길 우려가 크다.
일회성 지원 외에 장기적인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주거 공간을 치우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재발을 막기 위해 심리상담 등 전문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장강박증을 앓는 이들 대부분이 사회적 고립을 겪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의 구조가 꼭 필요하다"라며 "집을 치워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상담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대구의 한 공무원은 "저장강박 가구를 발굴하고자 행정복지센터와 민간단체 등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전문 의료진이 아닌 탓에 환자 구분이 쉽지 않다"며 "발굴된 사례자의 경우 정신건강센터 등을 연계하려고 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우리가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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