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재도약 '골든타임'…한은 유치·수은 지점 격상을

금융 인프라 확충 필수 과제
작년 수출액 249억6천만달러…경북서 60% 차지, 압도적 1위
한국은행 구미지점 폐쇄 후 지원 중단…2006년 이후 조사연구 8건뿐
한국수출입은행 툭하면 구미출장소 폐쇄 시도

2007년 폐쇄되기 전 한국은행 구미지점 모습. 구미 경제계는 한국은행 구미지점 부활, 수출입은행 지점 격상 등 구미의 금융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합뉴스
2007년 폐쇄되기 전 한국은행 구미지점 모습. 구미 경제계는 한국은행 구미지점 부활, 수출입은행 지점 격상 등 구미의 금융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합뉴스

구미에 한국은행 지점 설치와 수출입은행 출장소의 지점 격상이 필요하다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외면 받았다.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 혁신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추진으로 경제 재도약을 노리는 구미로서는 금융 인프라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 한은 구미지점 폐쇄 후 사실상 구미 지원 '중단'

2007년 2월 한국은행 구미지점이 폐쇄된 후 수출도시 구미는 성장세가 꺾였다. 2009년까지 전국 기초지자체 중 수출 1위를 지키던 구미는 2010년부터 충남 아산시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구미에 있던 대기업도 점차 물량을 줄이면서 도시가 활력을 잃어갔다.

구미산단 한 경영자는 "구미의 침체 현상이 한국은행 구미지점 폐쇄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한국은행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미지점 폐쇄 후 한국은행은 사실상 구미에서 활동을 중단했다. 지금은 매년 1차례 구미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지역발전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이 전부다. 한국은행은 구미지점 폐쇄 후 2011년부터 직원 3명을 구미지역 담당자로 지정하고 구미상의 5층 사무실에 교대 근무하게 했지만 이마저도 2~3년 뒤 돌연 중단했다.

한국은행의 막강한 경제 예측·조사 능력도 구미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2006년 9월 이후 홈페이지에 등록한 조사연구자료 178건 가운데 '구미'를 키워드로 한 자료는 단지 8건에 불과했다. 반면 지역본부가 있는 포항에 대한 조사연구자료는 2008년 7월부터 현재까지 총 137건이 등록돼 있다.

구미 한 기업인은 "한국은행 구미지점 폐쇄 후 기업들이 입는 피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구미시가 경제 재도약에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은행 등 국책은행 유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구미의 수출액과 GRDP(지역내총생산)는 대구경북에서 독보적인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구미 수출액은 249억6천만달러로 대구 수출액(110억1천만달러)의 2배 이상이고, 경북 전체 수출액(410만6천만달러)의 약 60.7%를 차지했다.

2021년 기준 구미시 GRDP는 26조381억원으로 23개 경북 시·군 중 1위를 차지했고, 1인당 지역내총생산도 6천372만원으로 1위다.

◆ 수은 구미출장소, 지점으로 격상해야

한국수출입은행 구미출장소(이하 구미출장소)를 지점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구미출장소는 구미시를 포함한 경북 11개 시·군을 관할하고 있으며, 2021년 말 기준 해당 관할지역 기업들의 수출액은 약 283억 달러로, 경북 소재 기업 수출액의 약 64%를 차지한다.

구미출장소는 2013년 설치된 후 지금까지 지역 수출입 관련 자금대출 업무와 해외투자 및 해외수입자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을 제공하며 수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2021년 기준 39개 기업에 1천98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지원 규모를 늘려오고 있다.

최근 구미에는 SK실트론, LG이노텍,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LG-HY BCM 등 반도체, 방산, 2차전지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구미 하이테크밸리에 중견·중소기업의 신증설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구미출장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구미출장소가 지점으로 격상될 경우 근무 인원이 약 2배 늘어나고, 이로 인해 업무 처리 능력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수혜 기업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미산단 수출기업 관계자는 "구미를 포함한 경북 11개 시·군 기업에 양질의 정책금융을 원활히 지원하고 밀착 서비스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도록 구미출장소를 지점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 4.10총선 이후가 골든타임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방산 혁신클러스터 등 굵직한 국책사업이 이제 막 시작됐고, 사업비 1천400억 원 규모의 구미하이테크밸리 2단계 착공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금융 인프라 확충은 구미 경제 도약을 위한 필수 과제다.

이에 따라 시민들과 지역 경제계는 구미시와 정치권이 한국은행 유치와 수출입은행 지점 격상 등 금융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전력투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4.10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정치인들이 국책 금융기관 유치를 공약으로 정하고 강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 시민은 "구미는 지난 50여년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시간이 갈수록 구미의 위상이 축소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한국은행 유치와 수출입은행 지점 격상 등을 위해 정치인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미상의 관계자는 "지금 구미는 반도체를 필두로 방산, 로봇, 2차전지, 탄소 등 첨단 분야로 산업 체질을 바꾸며 부활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며 "구미 경제 재도약을 위해선 금융 인프라가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