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벅도, 다이소도 없다" 대구혁신도시, 지역 내 집합상가 공실률 1위

[대구경북 혁신도시 10년] 교육·문화시설 부재에 인구도 감소…식당 손님 발길도 준다
전국 혁신도시 상가 공실율 TOP3

2일 대구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내 상가 건물 1층 전체가 공실로 비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일 대구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내 상가 건물 1층 전체가 공실로 비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에서 집합상가(건물 내 점포마다 소유권이 다른 상가) 공실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정답은 대구혁신도시다.

대구혁신도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가장 빠르게 이전 공공기관이 자리 잡으면서 신도시로 급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의료·교육 시설 등 정주여건 부족으로 목표 인구를 채우지도 못한 채 인구 감소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가를 중심으로 한 상권마저 휘청이고 있다.

◆인구 감소 가속화 조짐

10년 전 조성 당시 대구혁신도시는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인구 2만2천215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인구가 늘어나면 상권도 형성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자연스럽게 정주여건도 동반 상승할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특히 대구혁신도시 내 이전 공공기관들이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직원들을 위한 총 공동주택 물량 7천322가구(공공기관 특별공급 684가구)도 공급을 완료해 베드타운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구혁신도시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오히려 골칫거리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등학교는 물론, 문화 시설 부재 등으로 정주 여건이 좋지 않아 살던 사람이 떠난다는 것이다.

대구 동구청에 따르면 대구혁신도시 인구는 지난 3월 기준 1만7천602명이다. 대구혁신도시 조성 당시 목표 인구 대비 79.23%에 불과하다. 대구혁신도시 인구는 지난 2020년 7월(안심3·4동서 분동) 이후 줄곧 감소해왔다. 지난해 10월(1만7천942명) 인구 1만8천명 선이 무너지더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대구시 서비스인구분석정보시스템 분석에서도 혁신도시의 유동 인구 감소가 두드러졌다. 대구혁신도시 주변 거주 및 유동 인구는 지난해 12월 11만6천234명으로 5년 전인 2018년 12월(14만6천335명) 대비 3만101명 줄었다.

대구혁신도시 내 한 공기업 직원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수성구로 집을 옮겼다. 학교와 학원도 없는 곳에서 아들을 키우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이사했다"며 "학교가 있었다면 직장 가까운 곳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대구혁신도시에서 다른 동구 지역으로 이사를 한 서비스업 대표는 "회사 때문에 혁신도시에서 2년 동안 살았지만, 스타벅스나 다이소도 없는 동네다. 어디를 가려면 차를 타고 움직여야 하다 보니 너무 불편했다"며 "진작 이사해야 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라고 말했다.

홍창식 혁신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근무를 하는 인구는 많이 늘었으나, 혁신도시 외 지역에 거주하며 출퇴근 하는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학, 기업이 추가로 들어오게 되면 인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2일 대구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내 상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일 대구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내 상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전국 혁신도시 중 상가 공실률 TOP 3

2일 낮 12시 대구혁신도시의 한 식당. 50여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10여명 남짓되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단체로 식당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룰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고객이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게 식당 주인의 설명이다.

식당 주인 김모 씨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몇 년 전만 해도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회식할 정도로 자주 방문해 운영이 참 잘됐었다. 물론 그때도 주말에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 단위 고객 위주로 장사를 했었다"며 "요즘에는 평일마저 오지 않다 보니 매출이 더 떨어졌다. 주변에도 빈 상가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구혁신도시 상권 쇠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대구 내 11개 하위시장별 공실률 중 대구혁신도시가 36.3%로 압도적이다. 이어 현풍테크노폴리스는 공실률 16.9%로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대구혁신도시 인근 이시아폴리스의 경우 6.5%에 불과했다. 단순 수치만 비교해도 29.8%포인트(p)를 상회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대구시가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동성로 공실률(11.8%)과도 두 자릿수 차이를 보인다.

대구혁신도시 내 집합상가 공실률은 전국 혁신도시 중 세번째로 파악됐다. 평균 공실률(21.8%) 대비 14.5%p 높다.

지역별 공실률을 살펴보면 ▷경북 김천혁신도시 45.7% ▷전남 광주전남혁신도시 38.7% ▷대구 대구혁신도시 36.3% ▷전북 전북혁신도시 28.6% ▷충북 충북혁신도시 22.6% ▷강원 원주혁신도시 20.3% ▷경남 진주혁신도시 4.4% 순이다. 다만, 부산은 4개 지역으로 혁신도시를 형성해 별도 상권 분석은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대구혁신도시 상권 분석을 진행한 한 음식 프랜차이즈 대표는 "이곳은 장사를 하기 상당히 어려운 곳"이라며 "기본적으로 매장을 개설하려면 유동인구, 상권, 임대료 등을 분석해 매출 규모를 예상하는데, 이 지역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입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혁신도시 내 A 공인중개사 소장은 "대구혁신도시는 공동주택에 비해 상가 수가 월등히 많다 보니 공실율이 높은 데다, 공공기관·주거지와 상업지역의 거리가 멀어 활성화되기 까다로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특히 대형 병원 등 분양을 받은 뒤 개발되지 않은 부지로 인해 상권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일 대구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내 상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일 대구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내 상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떠나가는 대구혁신도시 주민 발길 돌릴 수 있을까?

대구시는 대구혁신도시의 남은 부지를 활용하고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구혁신도시 내 유상 공급 면적(212만7천㎡) 중 193만4천㎡를 판매해 분양률 90.9%로 나타났다. 나머지 19만3천㎡(9.1%)는 아직 분양 중이다. 용지별 공급 면적과 분양 면적을 살펴보면 ▷클러스터 85만8천㎡ 중 69만8천㎡(81.4%) ▷공공시설 15만2천㎡ 중 13만8천㎡(90.8%) ▷기타(준주거) 10만3천㎡ 중 8만4천㎡(81.6%)로 집계됐다.

대구시는 미분양 부지를 윤 대통령 공약 사항인 '공공기관 2차 이전'과 연계해 지역 발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총선 이후 정부 지침이 나오는 대로 구체적인 목표 기관 유치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은행법상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대구로 변경하는 방안과 함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 23개 기관 대구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정동고 이전 문제를 해결하고 오는 8월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복합혁신센터 건립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혁신도시 기관들과의 소통을 통해 기업들이 느끼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 청취하고 있으며 대화 창구를 늘려갈 생각"이라며 "앞으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고, 시에서도 정주여건 편의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혁신도시별 집합상가 공실률(자료: 한국부동산원)

▷경북 김천혁신도시 45.7%

▷전남 광주전남혁신도시 38.7%

▷대구 대구혁신도시 36.3%

▷전북 전북혁신도시 28.6%

▷충북 충북혁신도시 22.6%

▷강원 원주혁신도시 20.3%

▷경남 진주혁신도시 4.4%

※부산은 4개 지역으로 형성돼 별도 상권 분석은 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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