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건설업계가 '역대급' 혹한을 겪는 가운데 또 한 번 기운 빠지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지역의 4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이 2022년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건설사의 공사 계약액은 외려 줄어든 것. 업계에서는 "외지 업체 잔치판이 됐다"는 한숨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4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 본사를 둔 건설사의 공사 계약액은 모두 4조6천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약 24.59% 줄었다. 2020년 4조6천억원에서 이듬해 5조8천억원으로 반등해 2022년 6조1천억원까지 늘었지만 3년 만에 쪼그라들며 건설 경기 위축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경북에 본사를 둔 건설사의 공사 계약액 역시 2022년과 비교해 10.43% 줄어든 14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대구경북에 현장을 둔 건설공사 계약액도 대체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작년 기준 대구 현장소재지 건설공사 계약액은 4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9% 감소했다. 지난해 경북에 현장을 둔 건설공사 계약액은 16조2천억원으로 5.26% 줄어들었다.
이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암울하다. 대구에 현장을 둔 공사 계약액을 분기별로 보면 전년 대비 3분기까지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가 4분기만 반짝 45.45% 증가한 1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대구 건설사의 공사 계약액은 1년 내내 전년 대비 줄었으며, 4분기만 놓고 봐도 7.1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 역시 분기별 공사 계약액을 2022년과 비교했을 때 4분기에만 3조7천억원에서 6조5천억원으로 75.68% 증가했다. 그럼에도 경북 건설사들은 4분기에 전년 대비 14.89% 줄어든 4조원을 계약했다.
지역의 한 건설사 수주영업 담당 임원은 "대구경북 건설사는 역내 공사에 주력하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지난해는 화성산업, 서한, 태왕 할 것 없이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공사 계약이 씨가 말랐는데 지역에서 4분기 공사 계약액은 늘었다는 것은 앞으로 지역 업체가 역내 공사도 할 수 있는 현장이 더 준다는 뜻 아니냐"고 푸념했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 관계자도 "자세한 계약 현황을 알 수는 없지만, 지역 건설경기가 춥다고 다같은 겨울인 게 아니라 외지 업체는 배를 불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주영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은 "민간 업체가 직접 실적을 입력하는 건도 있어서 세부내역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작년 4분기에는 500억원 이상 규모 공사 계약이 네 건 있었다"면서 "대기업 건설사가 대구경북에 와서 이미 승인받은 재건축 등의 현장 공사 계약을 작년 4분기에 진행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 경기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향후 추이를 면밀히 살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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