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함운경, 선거판 열세는 남 탓할 일 아니다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함운경 후보가 경솔한 언사로 뭇매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일 대국민담화 직후 대통령 출당을 요구했다 이튿날 철회한 후폭풍이다. 그는 대통령의 본뜻을 모르고 성급했다고 해명했다. 같은 지역구 야당 후보에 열세를 보이고 있으니 답답한 심정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그럼에도 대통령 탈당 요구라는 자해적 발언까지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의 정치 이력을 보면 국민의힘의 '색깔'이나 정체성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의문이다. 그는 1996년 15대 총선부터 꾸준히 지금의 민주당 계열에 공천을 신청했다. 공천을 못 받으면 무소속 출마도 강행했다. 그는 1985년 미 문화원 점거 농성 주동자였다. 반미 학생운동 선봉에 선 이들 중 하나였다. 그가 이런 전력에 대해 진솔한 반성이나 후회를 밝혔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의힘 합류가 '전향'이라면 합당한 사유를 밝혀야 하는 게 옳다.

그렇다고 함 후보의 합류를 마뜩잖게 볼 필요는 없다. 과거 운동권이었지만 민주주의를 팔아 사익을 채우는 행태에 신물이 난다며 돌아선 이들이 적잖다. 함 후보도 그중 한 사람으로, 국민의힘이 내건 '운동권 정치 청산'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국민의힘이 그에게 전략공천이라는 특혜를 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함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마포을은 장기간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마포을 출마를 결심하면서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열세인 이유는 대통령 탓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함 후보가 정치적으로 유리한 조류에 올라타려 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권력에 맞서는 이미지로 자신을 부각시키려 했던 것이라면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선거판 열세를 볼썽사나운 남 탓으로 돌린다면 어떤 상대가 긴장하겠나. 돌출 발언, 자해적 발언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공천을 받은 후보가 갖춰야 할 기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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