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자원 활용 필리핀 푸닝온천 인기에 온 마을 ‘들썩’…"청송서도 배워야" 자극↑

‘쿠사츠’라는 미생물이 살아 몸 속 노폐물 제거에 탁월
온천 직원 모두가 이곳 마을사람…온천 하나로 삶의 질이 개선돼
직원 산드라 “온천은 마을의 황금같은 존재”

마일라 북부 푸닝에 있는 노천온천. 1991년 피나투보 화산 대폭발 이후 생겨난 온천으로 2005년 한국인이 개발해 개장한 곳. 전종훈 기자
마일라 북부 푸닝에 있는 노천온천. 1991년 피나투보 화산 대폭발 이후 생겨난 온천으로 2005년 한국인이 개발해 개장한 곳. 전종훈 기자

자연자원을 보존하고 주민 스스로 이를 개발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필리핀 푸닝이 비슷한 여건을 지닌 경북 청송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차로 2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마닐라 북부 푸닝(Puning)에 있는 노천온천이 있다.

지역명을 따 푸닝온천이라 불리는 이곳은 유황온천으로, 넓은 대지가 화산재로 뒤덮여 색다른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온천에 도착하면 산중턱을 따라 여러 개 탕이 있다. 상부에서 하부까지 온천물을 자연스럽게 흘려내리다보니 상부가 가장 따뜻하고 온도가 50℃정도다.

이곳에는 '쿠사츠'라 불리는 미생물이 사는 데 몸 속 노폐물 제거에 탁월하다고 한다. 이 쿠사츠라는 말은 일본 구마현에 있는 일 3대 온천 쿠사츠(Kusatsu) 유황온천과 같다. '쿠사츠 온천과 견줄만큼 좋은 푸닝온천'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푸닝온천에는 화산재와 모래가 섞인 곳에서 찜질을 할 수 있다. 이곳 직원들은 모두 주민이며 이들은 관광객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푸닝온천에는 화산재와 모래가 섞인 곳에서 찜질을 할 수 있다. 이곳 직원들은 모두 주민이며 이들은 관광객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푸닝온천에서는 매표소 직원부터 오프로드 운전 기사, 식당, 부대시설, 청소 등을 외부 인력이 아닌 이곳 동네사람이 꾸려가고 있다.

원래 이곳은 화산지대라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필리핀에서도 가장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는데, 온천이 개발되면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얻었다. 온천이 이들 삶의 질을 바꿔놨다 보니 직원뿐만 아니라 마을사람 모두 온천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다.

필리핀 빈민촌을 지나면 대부분 아이, 어른할 것 없이 구걸을 하지만 이곳은 구걸통 대신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이 인상깊다.

직원 산드라(24) 씨는 "가족 대부분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며 "산촌 빈민마을에서 이 온천은 황금같은 존재다. 관광객이 더 찾을 수 있도록 직원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닝온천은 매표소에서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30분 가량 올라가야 한다. 용암이 흘려내려 만들어진 기암절벽 계곡 사이를 이 자동차가 달린다. 전종훈 기자
푸닝온천은 매표소에서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30분 가량 올라가야 한다. 용암이 흘려내려 만들어진 기암절벽 계곡 사이를 이 자동차가 달린다. 전종훈 기자

필리핀 관광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필리핀의 연간 방문객은 265만명으로, 자국인 62만8천445명을 제외하면 순수 외국인 관광객이 202만명이며 이 중 42만8천14명이 한국인으로 나타났다.

연간 관광 수입은 약 4조6천억원으로 추정된다. 필리핀의 관광 관련 일자리는 523만 개이며 필리핀 관광부가 인증한 관광 기업은 1만1천989개로 동남아의 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다.

온천수를 관광자원화한 것은 경북 청송군의 솔기온천과 솔샘온천 등과 유사하다. 하지만 청송은 기업이 주가 돼 온천을 운영하는 반면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북 청송군은 지난 2017년 처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지정된 뒤 유네스코 정신에 입각해 모든 사업과 프로그램의 구상과 운영을 주민과 함께하고 있다. 이 덕에 지난해 재인증을 받으며 올 연말까지 법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에서 청송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푸닝의 사례는 지역사회에 자극을 준다. 지역의 천연 관광자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주민 주도로 잘만 활용한다면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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