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신중하겠다"는 한마디로 미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증시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특히 예상보다 미 경제가 강하다는 지표들이 이어지며 6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마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의 신중론, 그 배경은?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새롭게 발표된 지표들을 배경삼아 금리 인하 신중론을 다시 띄웠다.
블룸버그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표들을 언급하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향해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당국자들이 확신할 때까지 금리를 낮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경제가 탄탄하고, 우리는 매우 강력한 성장세를 보고 있다. 우리는 결정에 매우 신중할 수 있고, 신중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시기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더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파월 의장이 신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미 상무부가 발표한 2월 PCE 가격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이는 1월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2.9%)보다 0.1%포인트 낮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2월 PCE 상승폭 둔화를 근거로 들며 인플레이션 역시 완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달랐다.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라면 우리의 금리 정책은 명백하게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현재 금리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48.1을 상회한 수치다. 전월치인 47.8보다도 높았다. PMI가 50을 넘은 것은 17개월 만이다. PMI는 각 기업 구매관리자의 활동 상황을 지표화한 것으로, 50이 넘으면 업황이 확장되는 것으로 본다.
예상보다 강한 미 경제지표가 계속되자, 시장에서도 6월 금리인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며 기대치가 하락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의 오는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61.6%로 전망했다. 70%대 달했던 시장의 전망도 함께 내려앉은 것이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전망이 5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증시는 하락, 국채금리는 상승
파월 의장의 발언과 경제지표 여파는 증시에 직격을 가했다. 2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00% 하락한 3만9천170.24를 기록하고 S&P500지수도 0.72% 떨어진 5천205.81, 나스닥지수도 0.95% 내려 1만6천240.45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월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올해 3회 금리 인하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며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상황이 무색해진 것이다.
1일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증시 하락이 나타난 것인데, 원인으로는 국채금리 상승이 꼽힌다. 2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5% 오른 4.36%로 나타났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4%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제유가도 약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5.15달러로 전일 종가 대비 1.7% 상승해 1.44달러로 마감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주요 인사들도 신중모드로 전환
상황이 달라지며 연 3회 금리 인하를 내다봤던 주요 인사들의 입장도 변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CNBC 보도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2%까지 계속 하락하는 것이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더 확신을 가지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데이터 역시 다음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까지는 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음 FOMC 회의는 오는 30일과 5월 1일에 열린다. 결국 해당 회의를 통해 6월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스터 총재는 "여전히 3차례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알렸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졌다는 더 설득력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올해 3차례 금리 인하가 매우 합리적인 기준이지만 이 역시 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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