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세상을 바꾸는 일

박상봉 시인

박상봉 시인
박상봉 시인

방천시장에서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났다. 의정(醫政)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 이야기가 시종일관 안줏감이었다. 두 친구가 서로 갑론을박하더니 결국 말다툼까지 벌여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오랜 세월 정을 나눠온 죽마고우인데 사소한 의견 차이로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 높이며 싸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분열은 왜 일어날까? 사람과 사람 사이, 이념과 이념 사이의 분열은 왜 존재할까? 흔히 종교나 이념에 대한 견해가 다르면 진지한 대화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갈등에서 세계 1등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전 세계 28개국에서 빈부격차, 지지 정당, 정치 이념 등 12개 항목을 조사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7개 항목에서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빈부격차, 성별과 세대 갈등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왜 이렇게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왔는가? 분단 이후 왜곡된 사회구조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갈등 조절의 큰 역할을 해야 할 정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자본주의와 개인주의가 발달하면서 세상살이가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조류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잘 다스려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마음 다스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리슈나무르티는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진정으로 세상이 변하기를 바란다면 나의 변화를 먼저 모색해야 하며,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슈나무르티는 "만약 우리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추악하고 부패한 위선과 이중의 잣대를 버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 바로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은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천이 안되고 감상에 젖은 낭만적 견해로 치부해버리면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없다. 국회의원을 새로 뽑고 나면 새 시대가 열릴까? 대통령이 내 삶을 행복하게 해줄까?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라도 기다려야 하는 걸까? 이육사 시인은 그런 초인이 설령 온다 해도 천고(千古) 뒤일 거라고 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나 자신부터 바뀌면 된다. '내가 변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인가? 나의 노력은 그저 커다란 호수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이 아닐까? 결국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크리슈나무르티는 이런 의구심에 대해서도 명확한 깨우침을 준다. '나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라는 당신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당신이 곧 인류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세계에서 따로 떨어진 채 혼자 서 있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다. 당신이 곧 세계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