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대만 동부에서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현재 7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도 100여채 무너져 인명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일부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했다.
◆대만인들, 강진에 놀란 가슴 쓸어내려
"정말 무서웠어요." 대만 생활 30년이 넘은 한국인 이모씨는 3일 오전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를 떠올리면서 "1999년 규모 7.6의 지진으로 2천명이 넘게 숨진 '9.21 지진' 악몽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시에 살고 있는 그는 이날 오전부터 진동이 느껴지고, 옆집 강아지가 계속 짖는 소리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대피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화롄 지역 출신인 대만인 쉬모씨는 "고향 집에서 이번 지진과 마주했다"면서 "여진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마침 고향 집에 일이 있어서 재택근무를 하던 중이었다"며 "여진 때문에 계속 어지럽다"고 전했다.
타이베이의 한 직장인은 "출근 도중 갑자기 지하철이 흔들렸고, 지하철이 정지해 밖으로 나왔다"면서 "계속 흔들리는 통에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몰랐다"고 대만 EBC 방송에 말했다.
타이베이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가 약 1시간 뒤 재개됐다. 러시아워였지만 지하철 내에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해 8만7천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화롄시 당국에 따르면 현재 최소 7명이 숨지고 736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3명은 아침 하이킹에 나섰다가 바위에 깔려 변을 당했고 나머지 1명은 산사태에 매몰된 트럭 운전수였다.
건물 피해도 완전히 무너진 최소 2채를 비롯해 지진에 파손된 건물이 125채에 달한다. 화롄시 당국은 건물 잔해 아래에서 50여 명을 성공적으로 구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구조 당국은 갇혀있는 77명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진 여파로 대만은 물론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에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지만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오키나와와 가고시마 지역에서는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약 160㎞ 떨어진 중국 본토의 저장과 푸젠, 광둥, 장쑤성과 상하이시에서도 진동이 감지됐다. 광저우 지하철 일부 노선은 잠정 폐쇄되거나 운행 속도가 제한됐다.
◆TSMC, 강진에 직원 대피했다가 복귀
이번 강진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일부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시장에서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반도체 공장이 미세한 진동에서도 가동이 전면 중단될 수 있을 정도로 지진에 취약한 점 등을 감안해 자칫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이날 지진 직후 성명을 통해 일부 반도체 제조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TSMC는 "회사의 안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팹(fab·반도체 생산시설)에서 회사가 마련한 절차에 따라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이번 지진의 영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TSMC는 이후 "현재 모든 직원은 안전하다"며 "대피했던 직원들이 복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고 있어 이번 강진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영향 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만 2위의 파운드리업체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는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臺南)에 있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으며, 직원들도 대피시켰다.
TSMC와 UMC,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ASE 테크놀로지 홀딩 등 대만 반도체기업의 생산시설들이 지진에 매우 취약해 공장 대부분이 진앙의 반대편 해안에 있는데도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TSMC 생산시설 확장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들도 여전히 대만에서 주요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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