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우리 아파트는 안녕합니까?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빌사부 대표)

송원배(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빌사부 대표)
송원배(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빌사부 대표)

최근 입주 아파트 무더기 하자에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공사 중에 붕괴하는 참변을 겪기도 하고, 철거 후 새로 짓기까지 하는 현장이 있는 만큼, 입주 예정자들이 '우리 집은 제대로 시공되고 있는지'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왜 세계 수준의 건축 기술을 가진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건설 전문 기업이 시공하는 아파트 현장에서 최근 이렇게 많은 하자가 발생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신규 아파트 판매 방법은 선분양제다. 착공하면서 분양하고, 3~4년이 지나야 입주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입주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2020, 2021년에 분양했다. 문제는 건설사가 견적을 내고 착공을 하고 분양하던 시점에는 없었던 '주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공사 기간에 신규 제정, 적용된 데서 시작된다.

2021년 7월,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법제화됐다. 건설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52라는 숫자를 넘어선다. 예전에는 이른 새벽부터 퇴근 시간을 넘겨서까지 작업하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지금은 근로시간 준수를 위해 다음 날로 넘겨야 한다. 콘크리트 타설을 하루에 끝내지 못하면 중간 매듭을 하기 위해 더 많은 공정이 들어가고 당연히 공사 기간이 늘어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부터 도입됐다. 경제성보다 안전성을 강조한 법이었고, 당연히 공사 기간이 늘어난다. 법 제정 이전에 결정된 준공 날짜를 변경된 법을 지키면서 맞추기가 어렵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환경 변화로 인한 건설자재 수급의 어려움도 한몫했다. 2020년 시작돼 3년간 이어진 긴 코로나 팬데믹도 큰 악재였다.

마감 공사로 창호에 설비 보일러 배관, 천장과 단열 공사, 또 화장실에는 방수와 타일 등 도기를 설치하며, 마감으로는 가구가 들어오고, 싱크대, 벽지, 전등, 마루 공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준공 일정이 촉박해지면 공정 순서를 지키기 어렵다. 선공정 후공정 할 것 없이 업체별로 급한 대로 내 것만 챙기고 서두르다 보니 일의 순서가 뒤죽박죽되고 거칠어지며 그 과정에서 하자 발생 위험이 커진다.

숙련공을 구하기 어려운 것도 큰 요인 중 하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마감의 질이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건설사는 언제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책임 준공 서약을 한다. 법이 바뀌고 개별적으로 관리가 불가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하자를 줄이기 위해 공사 기간을 연장하고 공사비를 증액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공기가 늘어나면 인건비와 관리비 지출이 늘어나고, 금융비용과 감리비용, 관리비용이 발생하며, 입주 예정자들에게는 입주가 지연되는 만큼 지체 상환금을 물어야 한다. 이런 부담으로 건설사는 준공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일부 공사 하자는 준공 이후에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의 몫이 된다.

정부는 2021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입주자 사전점검을 입주 개시 45일 전에 하라고 명문화했다. 또한, 최근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여 사전점검 전에 공사를 마무리하도록 감리자 확인을 의무화하였으며, 하자보수에 대한 기한도 명문화했다.

법의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업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 또한 필요하다. 전쟁이나 감염 등 예측하지 못한 글로벌 환경 변화로 인한 문제는 정책적으로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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