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커스On] 국민의힘, 범야권 180석 저지할까…선거 막판 변수는?

◆국민의힘 읍소 전략 통할까…한 위원장 몸 낮추며 호소
◆샤이 보수 투표 참여에 국민 선전 여부 달렸다
◆민주당, 김준혁·양문석 후보, 읍참마속 할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국민의힘 수원 지역 후보들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국민의힘 수원 지역 후보들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4·10 총선 승리를 위해 올인하고 있다. 전국 254곳 지역구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양 정당이 막판 세몰이에 총력을 쏟고 있다.

현재 각 정당과 여론조사 기관 등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이 우세 지역이 약 90곳, 민주당 우세 지역 110곳 등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50여 곳이 박빙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까지는 박빙 지역이 '민주당 경합 우세'가 많은 탓에 국민의힘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박빙 지역이 대거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범야권이 180석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비상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읍소를 비롯해 막판 표몰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김준혁 후보 성상납 파장과 양문석 후보 사기성 대출 의혹 등 대형 돌발 변수가 미칠 파장에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읍소 전략으로 반전 계기 마련하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전국 55곳에서 박빙으로 이기거나 지고 있다. 그 중에 수도권이 26곳"이라며 "박빙 지역에서 무너지면 개헌 저지선(100석)까지 뚫릴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밝혔다. 직접 위기를 언급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읍소했다.

또 정권심판론에 대해 "여러분께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면 늘 바꿀 것이다. 지금도 제가 그러고 있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염치없는 줄 알면서도 고개 숙여 국민께 호소드린다. 딱 한 번만 저희를 믿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선거운동방송 연설에서다.

그는 "저희의 부족함 잘 알고 있다. 실망을 드린 일도 적지 않다"며 "저희부터 달라지겠다.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정치 쇄신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야당 심판론을 앞세우며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한 위원장이 용서, 반성, 부족함 등이라는 표현으로 자세를 낮추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 같은 읍소 전략은 과거 선거에서 막판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낸 적이 있다. 2004년 17대 총선이 대표적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선거판이 요동치면서 당시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속죄하는 의미로 당사를 천막 텐트로 옮겼다. 1당 독재를 막아달라는 의미로 노란색과 파란색이 균형을 이루는 일명 시소 TV광고도 나왔다. 조계사를 찾아 108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터졌다. 여론은 또 한 번 요동쳤고 한나라당은 개헌 저지선(100석)을 넘어 121석을 확보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여권은 읍소 전략으로 패배를 면했다. 선거 두 달 앞두고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새누리당의 패배가 예상됐다. 여당은 당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등은 서울역광장에서 사과의 뜻으로 큰절을 했다. 서울시장은 박원순 후보에게 뺏겼지만 17개의 광역단체장 중 경기, 인천, 부산 등 8곳에서 승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4일 페이스북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화난 국민들에게 마지막까지 읍소해라. 그게 사는 길이다"고 했다.

읍소 전략이 지지층을 결집시켜 불리한 판세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현 여권 입장에선 최소한 '샤이 보수'를 투표장에 나오게 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울산시 동구 대송시장 앞에서 김태선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울산시 동구 대송시장 앞에서 김태선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샤이 보수, 변수 되나

샤이 보수 결집 여부도 국민의힘으로선 관건이다. 샤이 보수 비율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수백에서 수천 표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에서는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샤이 보수는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지만 보수 지지층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보수 성향이 진보 성향보다 비율이 더 높다. 국책연구원인 한국행정연구원이 3월 공개한 '2023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사회통합실태조사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작년 9∼10월 전국 19세 이상 8천221명을 대상으로 면접 등을 통해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를 보수적 29.9%, 진보적 23.4%, 중도적 46.7%라고 답했다. 전년에 비해 중도적 성향이 2.0%p 감소했고, 보수적은 1.7%p 증가했다. 보수적 성향이 진보적 성향보다 높은 비율이 3년째 유지됐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3월 조사에서 보수 성향 32%였다. 진보 성향 28%로 4%p 차이가 났다. 올 1, 2월 조사에서도 보수가 진보에 5%p가량 앞섰다. 지난해 기준 서울 보수 성향 유권자는 31%로 진보 성향(25%)을 6%가량 앞섰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최소 7%p, 최대 12%p까지 보수가 진보를 눌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일부 지역구 여론조사에선 사뭇 다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8~20일 실시한 조사에서 서울 종로 응답자의 26%가 보수, 30%가 진보 성향이었다. 중·성동갑에선 보수 25%, 진보 34%로 진보 성향이 9%p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답하는 이는 줄고, 진보라고 답하는 비율은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보수층이 대통령과 여권 상황에 실망한 탓에 여론조사에 응답 자체를 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지난 2일 SBS 유튜브에서 "민주당이 공천에 문제가 있고 민망한 사건이 터졌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응답에서 빠지고, 보수정당이 그럴 때도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좀 빠진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지난 2일 한 유튜브에서 "샤이 보수가 추정이지만 한 5~10% 된다"고 했다.

여야는 전국적으로 박빙 지역이 55곳가량, 그중에 수도권이 25곳 전후로 보고 있다. 박빙 지역은 수백에서 수천 표로 승부가 갈리는 탓에 샤이 보수들의 결집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4년 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샤이 보수에 기대를 걸었지만 투표 결과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4일 오후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4일 오후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박정희와 대한민국' 회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위안부 비하 발언 논란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성상납 파장, 가늠하기 어려워

민주당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와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가 파문이 선거에 미칠 파장도 변수다. 김 후보의 발언은 장예찬 무소속 후보의 '난교' 발언보다 훨씬 심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두 후보를 감싸고 있다.

김 후보의 '미군 성상납' 발언은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유튜브에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위안부를 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화여대 초대 총장)이다. 미군정 시기 이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후보가 근거로 제시한 논문 어디에도 '성접대'를 했다는 서술은 없다. 특히 역사학자의 발언으로 수준 이하다.

언론의 비판에도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해 매도하고 있다. 기록도 있다"며 반발하다가 당이 사과를 권고하자 그제야 유감을 표했다.

이화여대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후보 사퇴 성명을 냈고,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 강남 고가 아파트를 사기성 대출로 구입한 양문석 후보도 좌파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법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렵자 사업자로 둔갑시킨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 대출을 받았다. 더욱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문재인 정부 시절 일어난 사건이다.

양 후보 딸은 개인사업자 대출로 11억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6억원가량을 대부업체에 이체해 상환했고, 나머지 5억1천만원은 모친 계좌에 입금했다.

현재 현장 검사를 진행한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감원은 4일 "(양 후보 딸 명의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 허위증빙 제출, 부실 여신심사 등 위법·부당 거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딸이 2021년 7월 새마을금고에 제출한 제품거래명세표도 대부분 허위인 것으로 판명 났다.

위법 부당한 거래가 확인된 이상 민주당도 두 후보를 사퇴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후보가 사퇴하면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고, 사퇴하지 않으면 선거 막판 이슈로 몰고 가면서 지지층을 묶고 중도층을 끌어들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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