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L이앤씨, 새 대표에 또 ‘LG전자’ 출신 서영재 내정…실적 악화에도 非건설인 고수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 오는 5월 임시주총 승인 후 대표이사 선임 예정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후보자. DL이앤씨 제공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후보자. DL이앤씨 제공

'DL그룹의 'LG바라기'는 언제까지?'

DL이앤씨가 마창민 전 대표이사에 이어 또 LG전자 출신 인사인 서영재 전 LG전자 BS사업본부 IT사업부장(전무)을 수장 자리에 앉힐 예정이다. 마 전대표가 끝내 실적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사임했음에도 DL이앤씨가 건설 분야와 관계 없는 'LG출신'을 고집하면서 회사 수익 창출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3일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서 후보는 오는 5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서 후보는 지난 1991년 입사해 32년간 LG전자에 몸을 담았다. LG전자에서 기획·재무·경영 업무를 담당했다. 1976년생으로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비건설인'이다.

건설사 최고경영자 자리에 건설 현장을 경험하지 않은 인사를 들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사를 보면 건축∙토목 등 건설 분야 전문가나 30년 이상 회사에 몸담은 내부 출신들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 상황이 좋지 않으니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재무 분야 전문가를 대표직에 앉히는 건설사들이 있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업계 특성상 건설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낫지 않을까 싶다. 건설사 홍보팀조차도 현장 경험이 있는 직원을 다수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DL이앤씨가 비전문가의 실적 부진 피해를 임직원이 고스란히 떠앉고 있는데도 'LG바라기'를 하는 것은 '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DL그룹과 LG그룹의 인연은 혼맥으로 이어져 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아내인 김선혜씨는 LG그룹 2대 회장인 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김 씨의 어머니 구훤미 씨는 3대 회장 故 구본무 회장의 여동생이다.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회장 2대를 모신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4년 고문으로 DL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10년간 LG 출신들이 DL그룹 또는 계열사 요직에 하나둘 배치됐다.

대림산업 분할로 설립된 DL이앤씨도 출범 동시에 LG전자 출신인 마창민 전 대표를 초대 수장으로 낙점했다. 마 전 대표의 건설업계 이력은 지난 2020년 11월 DL이앤씨 전신 대림산업에서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낸 한 달이 전부다. LG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 전략과 북미 영업, 모바일사업 상품기획 등을 담당했다.

마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1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약 3년 만에 사임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해석된다. 마 전 대표가 DL이앤씨를 이끈 기간동안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2021년 9천572억원 ▷2022년 4천969억원 ▷2023년 3천306억원으로 지속 하락했다.

건설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마 전 대표의 기업 운영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 8월까지 DL이앤씨 현장에서 8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것도 마찬가지다. 대형건설사 최초로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LG전자 출신의 최고경영자를 3년간 겪으며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DL이앤씨지만 다시 한번 LG전자 출신 인사를 대표이사로 내정해 주주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DL이앤씨 주가는 3일 전날 종가 대비 150원 떨어진 3만6천300원으로 마감했다. 장 마감 이후 공시를 통해 DL이앤씨가 서 후보 내정을 발표하자 비건설인에 대한 실적부진을 의식한듯 다음날인 4일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4% 이상 하락(-1천500원)한 3만4천800원에 마감했다. 5일 오전 9시 30분 기준 주가 역시 3만4천300원으로 1.44% 떨어진 가격에 거래 중이다. 장 초반에는 3만3천850원까지 가격이 내려가기도 했다.

이 같은 회사 경영 우려에 대해 DL이앤씨 측은 "LG전자 출신만 고르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다양한 곳에서 온 임원들이 있다"라며 "이번 사내이사 신규 선임은 경영 혁신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합한 인사를 발탁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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