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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일찍일찍" 현수막…경쟁 정당 폄훼 뉘앙스 형평성 논란

선관위, "'일찍'은 보통명사, 단순 투표 참여 권유로 해석"

4일 대구 북구에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4일 대구 북구에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4일 오전 대구 북구 고성지구대 앞에
4일 오전 대구 북구 고성지구대 앞에 '일찍일찍 투표하삼'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윤수진 기자

선거관리위원회가 '일찍' 문구가 포함된 현수막 사용을 허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선관위는 일반 투표 독려 게시물로 보고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비하 논란이 있었던 용어를 사용한데다 특정 정당을 홍보하는 내용이 포함돼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4일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일찍'이 포함된 문구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선거법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투표 참여 권유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선관위는 해당 표현이 보통명사로 단순히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의미에서 사용됐다고 해석했다.

이런 이유로 대구 전역에서는 '일찍'이 포함된 현수막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일 오전 대구 북구 고성지구대 앞 사거리에도 '일찍일찍 투표하삼'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현수막에는 특정 정당명이나 후보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글자색은 하늘색과 남색 등 파란색 계열로 표시됐다.

해당 현수막은 민주당 대구시당이 걸어둔 것으로 파악됐는데, 문제는 '일찍' 등이 상대방을 폄훼하거나 비하하는 의도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 유세 중 국민의힘 지지자를 '2찍'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SNS를 통해 사과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논란이 됐던 용어가 공식 현수막으로 등장한 점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수막 앞에서 잠깐 정차 중이던 북구 주민 A(32)씨는 "지나다니다 몇 번 봤는데 저런 문구가 걸려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나 보던 용어인데, 선관위에서 허락해줬다는 게 좀 이상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특정 정당 투표를 유도하는 듯한 내용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현수막 앞의 교차로를 지나던 시민 B(89)씨는 해당 현수막에 대해 "'일찍'이니 1번을 찍으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고,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C(65)씨도 "그렇게 적인 현수막을 종종 봤다"며 "이런 식으로도 선거 운동을 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알려드립니다]

매일신문 4월 5일자 기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매일신문이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하는 투표 독려 현수막 사진은 1면에 배치하고 9면에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기사를 실었다고 반론을 제기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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