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에 취한 4월은 대지의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생태계의 이런 지속성은 태양에 근원을 둔다면 인간의 지속성은 가정에서 찾음이 마땅하다. 자연의 일부가 아닌 듯 영특함을 뽐내던 만물의 영장 인간도 이제 국가에 따라 인구 소멸증을 앓고 있다.
국가 존립의 3요소(국토, 국민, 주권) 중 우리나라의 국민 소멸 위험에 해외가 놀라 중세 유럽의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소환하고 있다. 선거철에 발표된 작년 합계출산율 0.72명에 정당들은 물 만난 듯 현금성 정책을 쏟아낸다.
그간 출산율 제고를 위해 2006년부터 380조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출생아 수는 45만 명에서 23만 명으로 반토막 났고, 어린이집·유치원과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도 벚꽃철 폐교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국방, 산업현장 등 각 분야의 인력난이 심각해 동남아로부터 학생·인력 유입 확대 등 여러 주장이 난무한다.
이런 상황에 인구 소멸 위험국 1위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 자신들을 고발하며 반성문을 써본다.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 0.68명에서 보듯 매년 세계 꼴찌로 추락하는 지표에도 우리 사회의 미지근한 책임감과 절박함에 신기함을 느낀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및 정치권의 안일한 인식과 리더십을 보며 '380조원 사업에 효율성 높은 핀셋 정책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회 SOC의 핵심인 인구 소멸 위기와 세계 최고 이혼율·자살률은 우리 가정의 허물어짐과 결혼 포기, 출산 기피의 결과물이다. 정부·정치권의 무심함과 가정·가족·결혼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 부재는 그 기류를 견고케 한다.
이 절박함에도 청춘의 집합소인 학교나 군부대에 가정·가족·결혼의 가치 교육이 있을까? 상업성과 흥미에 길들여진 기업과 언론의 혼밥, 혼술 홍보는 반(反)결혼, 반가정문화 형성에 기여하며 이제는 결혼을 언급만 해도 꼰대로 몰리는 침묵의 세태다. 결혼을 통한 출산 아동이 97.2%임에도 결혼 장려에는 무관심을 넘어 서구와 비교하며 오히려 결혼과 가정 제도를 탓하기도 한다.
대구 달서구는 8년 전 결혼장려팀을 꾸려 비판에 맞서며 줄기찬 결혼친화정책으로 165커플을 성혼시키며 모범 가족 발굴·시상 등으로 가정·결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한편 우리의 가정 윤리는 서구화를 좇으며 분별없이 버려지고 수신제가의 출발점인 밥상머리 교육은 퇴화되고 가족들은 배려보다 제 기질 따라 개인주의로 무장하고 있다.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람에도 부모관 결여와 가정·결혼에 대한 건강한 훈육보다 "힘드는데 혼자 사는 것도 괜찮다"는 말을 쉽게 한다. 부모의 인생 경험이 자녀와 소통 결핍으로 전수됨이 없고 각기 소견대로 행한다.
치열한 삶터에서 결혼·출산·양육은 힘들다는 선입견이 비혼·무자녀 대열에 서게 한다. 그에 대한 인식 교육 부재 속에 삶의 의미보다 물질 우선시로 버젓한 결혼식, 신혼 아파트, 괜찮은 직장 등에 집착과 비교로 주눅 들어 있다.
욜로(YOLO)족·딩크(DINK)족에서 보듯 무가족·자녀의 말년은 불행하다는 사례와 결혼·자녀 양육에는 기쁨·행복도 있고, 인생길에는 쓸쓸하고 추운 겨울도 있음을 알려야 한다.
더 갖기 위해 바삐 달려온 우리, 이제 사회 근본을 점검할 때가 됐다. 단기적 현금성 정책에서 벗어나 교육과 언론의 역할 정립 속에 가정·가족·결혼의 가치가 올바로 구현되는 총체적 대책과 실행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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