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떠난 병원들 수입 약 4천억 떨어졌다, 건보 급여 선지급 요청

의과대학·대학병원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이기로 한 1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 인근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집단사직서를 제출하고 전공의들이 떠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가운데, 의료진 부재로 수련병원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규모가 클수록 수입도 많이 감소한 모습인데, 비상 상황 속에 병원들은 정부에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을 요청하고 있다.

5일 대한병원협회는 전공의들의 사직 직후인 올해 2월 마지막 2주부터 지난달까지 수련병원(500병상 이상) 50곳의 경영 현황을 발표했다.

이들 병원을 규모별로 나누면 1천 병상 이상인 곳이 9곳, 700병상 이상 1천 병상 미만이 29곳, 500병상 이상 700병상 미만인 곳이 12곳이었다.

조사 결과 전공의가 떠난 뒤 50개 병원의 전체 병상 가동률은 56.4%로 지난해보다 18.8% 내렸다. 입원 환자는 42만9천48명(27.8%), 외래 환자 73만1천801명(13.9%) 줄었다.

환자가 줄면서 이들 병원의 전체 수입액 또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2조6천645억원에서 올해 2조2천407억원으로 약 4천238억3천만원(15.9%) 줄었다. 병원당 평균 84억8천만원가량 수입이 감소한 셈이다.

조사 기간을 2월과 3월로 나눠서 비교하면, 전공의 사직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3월 한 달간의 수입 감소가 더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천 병상 이상 병원의 3월 평균 수입은 지난해 784억3천만원에서 올해 596억1천만원으로 24.0% 급감했다.

환자 수가 줄면서 경영난 국면에 접어든 병원들은 제각각 직원 무급 휴가 등 비용 절감에 나서는 모습이다. '빅5' 병원인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최근에는 서울대병원까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병원 경영이 심각해지자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미리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병원들은 정부가 1천200억원대 예비비를 편성한 데 이어 매달 2천억원에 육박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의료 현장에 투입했지만,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협회 외에 개별 병원에서도 선지금을 요청해 검토 중"이라며 "선지급은 법적인 근거가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병원이 어려워지자 적극 행정 차원에서 집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와는 달리 이번엔 전공의의 이탈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