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칼럼] ‘야만의 시대’ 끝내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문재인 정권 5년은 '야만(野蠻)의 시대'였다. 공정과 평등, 정의를 내세웠지만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야만이 판을 치던 시대였다. '촛불'을 앞세운 권력은 마치 홍위병(紅衛兵)을 앞세운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대혁명처럼 대대적인 '적폐 청산'에 나섰고 대통령 문재인은 직접 "검·경의 명운을 걸라"며 초법적인 하명 수사를 지시했다. 법과 원칙보다 대통령의 지시가 우선인 봉건 왕조시대로 되돌아갔다. 홍위병들의 야만적 인민재판과 다를 바 없는 무지막지한 폭력이었다.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되짚어 보자.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두 바퀴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눈물과 몰락을 이끌었다. '탈원전' 정책은 멀쩡한 월성원전을 강제 폐쇄시켰고 세계 1위 원전 국가를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대통령 스스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더니 역대 정부 최고의 부동산 폭등으로 '영끌족'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가장 큰 문제는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어 통계청을 동원, 통계 조작에 나서 마치 국정을 잘하고 있는 양 온 국민들을 속인 것이다. 통계 조작은 중국이나 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로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과 고용, 소득 관련 국가 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11명을 직권남용과 통계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14일 불구속 기소했다.

5년간 국가 부채는 400조원 증가해, 나라 곳간이 비었다. IMF 경제위기에 맞섰던 김대중 정부도 85조4천억원 증가로 막았던 국가 부채가 지난 정부 5년간 660조원에서 1천70조원으로 증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국가 부채 40%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근거가 무엇이냐"며 재정 당국을 질책했고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재정을 곳간에 쌓아두면 썩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과 중국에는 병적으로 매달렸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역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열렸지만 북한의 평화 공세는 거짓이었고 급기야 '삶은 소대가리'라며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종전 선언'으로 환심을 사려고 했지만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충격 이벤트로 일방적인 구애는 막을 내렸다.

국민들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한 야만의 말로는 정권 교체였다. 정권을 빼앗긴 그들은 스스로를 폐족(廢族)이라 여기고 반성하고 성찰해야 했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그들은 새 정부에 기회를 줄 생각은 '일'도 없었다. 발목을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예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 들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9건의 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야당의 입법 폭주에 100여 석에 불과한 여당은 무기력했다. 이들 법안은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민주노총 등의 일방적 요구를 반영하고 야당의 방송 장악을 위한 정파적 법안들로서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했지만 국회를 통과했다. 여권의 대응 카드는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었다.

'야만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그 시대의 주범(?) 문 전 대통령이 총선 정국에 나와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며 야만 시대의 아픈 상처를 되살려냈다. '조국 사태'의 주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1심과 2심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비례정당을 창당, 범죄 혐의자들과 더불어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쥐기 일보 직전이다. 문재인과 조국, 이재명은 자신들이 군림하던 야만의 시대를 그리워하면서 부활을 꿈꾼다.

국민들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야만의 시대는 그들에겐 그리움의 대상이다. 야만과 위선을 깨부수지 않고 희망을 기대할 수는 없다. 4·10 총선은 야만의 시대를 완전하게 끝장내느냐, 부활시키느냐 결정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이다. 끝장내려면 국민의 올바른, 상식적인 판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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