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파'를 총선 호재로 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대파 가격이 합리적이라 한 걸 꼬투리 잡은 것이다. 자당 후보자들의 잇따른 망언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현실 물가를 모른다는 식으로 비꼬려는 계산이자 무능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이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대통령이 찾은 마트에서 대파 한 단 가격(875원)은 할인가 등이 적용된 것이었다. 또 "다른 데서는 이 가격에 사기 힘들다"는 대통령의 말은 싹둑 잘랐다. 통상 3천원 정도인 것을 모른다는 식으로 확대 재생산해 선동한 것이다. 저열한 퍼포먼스다. 민주당이 저질 퍼포먼스에 공을 들이는 사이 공약과 정책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질문부터 의도가 뻔했다. 중앙선관위가 안 된다고 답변한 건 당연했다. 투표소에 일부러 대파를 들고 가는 게 정치 선전 퍼포먼스에 가깝다는 판단이었다. 비밀선거 원칙에도 어긋난다. 실제 선관위는 투표 인증 등을 딱히 제어하지 않는다. 참정권 실천 독려 인증은 자율 의사에 맡겼다. 그림자 사진이나 기표를 인증하는 손 사진 릴레이로 대변됐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정점에 투표 행위가 있어서다.
민주당은 대파를 투표소에 가져오지 말라고 한 답변만 크게 부풀렸다. 사람을 고의적으로 넘어뜨리고 넘어진 사람이 화를 내면 화를 낸다고 비난하는 식이다. 선관위가 풍자를 금지한 건 아니다. 투표소라는 장소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상대 정당도 풍자를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여배우와의 스캔들 의혹을 풍자해 그의 사진을 투표소 주변에 붙이거나 그의 얼굴임이 명백한 가면을 쓰고 투표소에 가지 않는다. 투표소 주변에 벽화로 여배우의 영화 포스터를 그리지도 않는다. 품격을 갖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대파 풍자는 민주당의 타락한 도덕성을 질타하는 여론 타개 방식치고는 치졸하다. 이미 민주당은 자당 후보들의 막말과 부동산 투기 등이 문제시돼 여론이 심상치 않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래 놓고 '독재 정권'이니, '압제'니 하며 윤 대통령과 여당을 몰아붙인다. 이 대표는 6일 경기 용인병 지원 유세 현장에서 "사전투표할 때 쪽파를 붙이고 가시라"고 격려하듯 말했다. 한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공약과 정책 대결은 실종됐고 심판 구호만 메아리친다. 경기 성남분당을 후보자 토론에서는 민주당 김병욱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향해 "'바이든'이 맞냐, '날리면'이 맞냐"고 따져 물었다. 지역의 미래와 무슨 관련이 있나. 정치 혐오만 강화할 뿐이다. 팩트가 확인되지도 않은 광우병 선동으로 국가를 마비시켰던 2008년의 살풍경이 겹친다. 민주당은 몰염치한 선동을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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