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길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이 철로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누구나 후회 없는 삶을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사이기에 후회는 필연으로 따라옵니다. 여러분은 되돌아가고 싶은 삶의 순간이 있나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할 건가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더 행복할까요? 힘들고 괴롭고 아픈 상처와 기억은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합니다. 때론 나조차 신경 쓰지 않았던 내 마음의 뚜껑을 열어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 있습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표지

◆ 마음의 얼룩을 지우고 구겨진 곳을 펴주는 마음 세탁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마음에 있는 얼룩을 지우고 구겨진 마음의 주름을 다려주는 마법과 같은 세탁소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에는 "할 수만 있다면 마음을 통째로 꺼내서 박박 빤 다음에 다시 집어넣고 싶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만큼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상처가 나도 스스로 꼭꼭 숨겨두고 삭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마음 세탁소는 이런 이들에게 아픈 기억에 직면하게 하고, 그 불행을 이겨내어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세탁소 문을 엽니다. 연인과 이별한 후에 찾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아픔과 외로움이 세탁소로 이끌기도 합니다. 또 인플루언서라는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민낯 그대로의 자신을 찾다가 세탁소에 이르기도 하고, 가정 내 갈등과 학교 폭력으로 시달림을 받았던 괴로움을 안고 직접 세탁소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마음 세탁소에는 특별한 옷이 있습니다. 이 옷을 입고 마음에 있는 지우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면 얼룩이 되어 나타나거나 구겨진 주름으로 드러납니다. 이제 이 옷을 벗어 깨끗하게 씻어 말리면 구겨진 주름은 펼쳐지고, 얼룩은 아름다운 꽃잎이 되어 하늘로 날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자신도 인지하지 못했던 곪아 있는 마음을 열어 보이는 용기였습니다.

하지만 지우고 싶었던 지난 시간이 모두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불행하다 느꼈던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기도 합니다. 마치 빨래가 햇살과 바람이 함께 불어야 바싹 마르듯이, 마음에도 온기와 찬기, 기쁨과 슬픔이 함께 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 세탁소를 찾아 자신의 마음을 꺼내 보던 누군가가 이렇게 말합니다. "살아 있는 한 모든 얼룩이 아름답다." 실수하고 얼룩지더라도 지금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말이기에 위로와 힘을 줍니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의 표지

◆ 분실물을 통해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시간 여행

지나온 삶의 시간 속에 내가 잃어버리거나 놓친 것은 없을까요?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는 한 번쯤 꿈꾸어본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합니다. 성인이 된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잃어버린 필통을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고 그곳을 찾아갑니다. 그랬더니 시공간이 초등학교 2학년 때로 바뀝니다. 당시 친구라는 이름으로 주인공을 미묘하게 괴롭히던 아이를 주목합니다. 평소 우유부단한 주인공은 그 아이에게 단호하게 일침을 가하고 관계를 끊어냅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자신과 잘 맞는 소중한 친구를 재발견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사춘기 시절 잃어버렸던 다이어리를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사춘기 시절로 돌아간 주인공은 첫사랑과 다시 대면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당시 사귀지 못한 것보다 고백하지 못한 것이 가끔 후회되었기에 이번 시간 여행의 열쇠가 '고백'이라고 믿고 실행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상처를 주고 맙니다.

이어서 세 번째 분실문을 찾고 보니 자신의 것이 아닌 동명이인의 고등학교 때 사서 선생님의 가방입니다. 타인이 되어 고등학교 시절의 '나'를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뜻하지 않게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롭고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는 '나'를 타인이 되어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당시에는 출구가 없는 동굴처럼 느껴졌지만, 알고 보니 터널이었다며 힘을 내라고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이렇게 분실물을 찾으러 가는 여정마다 시간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집니다. 마지막 분실물은 핸드폰인데, 이 분실물은 미래에서 온 물건으로 누군가를 죽음에서 살리는 데 사용됩니다.

여러분이 시간 여행을 한다면 어느 때로 가서 어떤 말을 건네고 싶으신가요? 소개해 드린 두 권의 책을 통해 자기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오늘 주어진 삶을 다시금 사랑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대구광역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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