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이 그간 거의 소개되지 않은 회화 소장품을 집중 조명하는 소장품 기획전 '회화적 지도 읽기(Map Reading of Painting)'를 9일부터 1전시실에서 선보인다.
대구미술관은 소장품 1천800여 점 중 회화 작품이 78%를 차지하는데, 이번 전시는 그 중 대중에게 많이 소개하지 않은 혹은 소개한 적 없는 보석 같은 작품들을 알리고 그것이 품고 있는 얘기들을 연구해 작품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기획됐다.
작가 44명의 작품 82점이 전시되며 ▷상상의 지형학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 ▷캔버스 너머의 방위각 ▷'축척'된 현대적 삶의 지표들 등 4개의 섹션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섹션 '상상의 지형학'에서는 과거부터 회화의 주된 대상이었던 자연을 담은 회화를 선보인다. 단순히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과 메시지, 실험적 욕망과 바람을 내포하며 자연을 흡수하고 상상한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정태경, 정주영, 송명진, 김종복, 김지원, 안두진, 유영국, 윤명로, 차규선, 신경철, 김선형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두 번째 섹션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에서는 박다원, 오세영, 노은님, 김영주, 황창배, 이영륭, 곽훈, 이열, 이강소, 이배의 추상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이혜원 학예연구사는 "20세기 서구현대미술의 주축을 이뤘던 추상미술은 대상의 구체적 묘사를 기피하고 작가의 의지에 의한 추상적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했다"며 "마치 계획 없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추상회화는 붓질에 담긴 작가의 감정과 숨결로 인해 저마다의 주체적 개성을 강조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효과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 번째 섹션 '캔버스 너머의 방위각'은 점·선·면을 활용한 기하학적 추상회화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우환, 최명영, 김용수, 박두영, 이교준, 손아유, 유희영의 작품들을 통해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방위각으로 무한 확장하는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
마지막 섹션 '축척된 현대적 삶의 지표들'에서는 조금 더 현실로 내려와 다양하게 '축척'된 현대적 삶의 지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안지산, 홍순명, 공성훈, 이명미, 힐러리 페시스, 박자현, 안창홍, 최민화, 임동식, 송창, 배윤환, 로베르 콩바, 성백주, 정강자, 한운성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의 시선이 담긴 일상의 풍경, 역사적 과거와 시대정신, 한국 전통과 해외 생활상 등 시간과 공간을 마음껏 넘나들며 다층적 삶의 면모들을 펼쳐본다.
이 학예연구사는 "소장품 기획전은 단순히 수장고에서 소장품을 꺼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해제 작성과 작품 보수 등을 거치며 소장품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는 기회가 된다"며 "방대한 지표들이 총집합한 지도를 독해하며 길을 찾듯, 대구미술관 회화 소장품들이 각자 품고 있는 독자적인 시각과 이야기들을 되새기며 미술관이 걸어온 작품 수집의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이어지며 전시 중 도슨트, 참여 이벤트, 교육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053-803-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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