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수성구 과밀 초등학교 배치 불가…범어동, 황금동 재건축 빨간불?

수성지구2차우방·범어목련아파트재건축사업 2곳
인근 경동초 학급당 32명 넘어…대구시교육청, 수성구청에 '초등 배치 불가' 공문
다른 재건축 단지들에게도 여파…구청 "재협의 나서겠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 매일신문 DB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 매일신문 DB

과밀 초등학교 문제로 대구 수성구 재건축 사업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수성구청에 수성지구2차우방타운과 범어목련아파트재건축사업 관련 학생배치 검토안을 전달했다. 시교육청은 유치원생, 중학생, 고등학생은 분산배치가 가능하지만 초등학생은 교실이 부족해 배치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인접한 두 단지의 법정 통학거리(1.5km) 이내에 있는 유일한 초등학교인 경동초교는 대구의 대표적인 과대·과밀학교로 꼽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경동초교의 전교생은 58학급, 1천867명으로, 한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2.2명이다. 대구 평균 학생 수(21.9명)와 비교하면 10.3명(47%) 많은 셈이다.

문제는 과밀학급이 범어동과 황금동 일대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시도하는 노후 단지들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경동초교 주변에는 경남타운(1982년 준공), 가든하이츠1~3차(1985~1990년), 을지맨션(1987년), 장원맨션(1988년) 등 재건축을 시도하는 노후 주택이 즐비한다. 향후 사업을 추진할 재건축 단지도 초등학교 배치 문제를 해결해야 원활하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의무 교육과정인 초등학교는 전학오는 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초등학교는 연초에 200~300명이 전학와서 학생 수용에 관한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건축조합들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초교 배치로 재건축을 막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현재 범어동, 황금동에서 추진하는 재건축 사업 단지들은 2029~2030년쯤 입주를 앞두고 있고 초교 입학생은 증가하는 가구수의 20% 남짓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수성2차우방타운, 범어목련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사업으로 증가하는 가구수는 각각 105가구, 29가구에 그친다. 범어동 한 재건축조합장은 "현재 학생 수 기준으로 배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아직 입주까지 시간도 많이 남았고 입학하는 학생들도 그리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시교육청과 학생 배치에 관한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증가하는 가구수가 300가구 이하인 재건축 사업의 경우 의무 사항은 아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증가하는 가구수가 많지 않으면 시교육청의 반대에도 사업시행인가를 내줄 수도 있으나 초등학교 배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주기는 어렵다"며 "아직까진 협의 단계이고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시교육청에 재협의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