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6일, 미국의 세계적인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가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동시대 미술의 유명 작가 중 하나로, 압도적인 규모와 독특한 조각품들로 언제나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로 철을 소재로 삼아 철판을 비틀거나 산화시켜 독특한 색감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들은 관객에게 단순한 관찰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세라는 1970년대에 들어서 그의 대표 시리즈인 거대한 철판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두 번의 회고전을 열었으며,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카타르 브루크 자연보호구역에는 영구적으로 그의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공공미술품이 항상 사랑받았던 것은 아니다. 녹슨 철을 사용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위대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녹이라는 성질에서 오는 부정적인 느낌이 거대하게 펼쳐지는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울어진 호(Tilted Arc)'는 1981년 뉴욕 페더럴 광장에 설치됐으나 사람들의 반대로 8년 후 철거됐다. 그리고 프랑스에도 이러한 작품이 하나 있다. '클라라-클라라(Clara-Clara, 1983)'는 1983년 파리의 한 공원에 설치됐다. 약 3미터가 넘는 높이의 두 개의 곡선 모양의 코르텐강 패널이 대칭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작품이 아니라 건설 현장 같다며 반발했고, 결국 이 작품은 1985년에 13구역의 작은 공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를 미술로 받아들지 못한 이들이 그 위에 그라피티를 그리거나, 노숙자들의 피난처가 되는 등 아름다움보다는 흉물로 시민들에게 각인되면서 1990년에 이 공원에서 마저 퇴출당했다.
2008년, 이 작품은 미술계의 지원으로 원래의 위치에 복원됐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은 사람들의 발자국과 손자국으로 뒤덮였고, 2009년 다시 분해돼 창고로 옮겨졌다. 그리고 2010년 이브리쉬르센 지역의 정수처리 시설 공터에서 발견돼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곳에 고철처럼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세라 역시 프랑스에서 버려진 '클라라-클라라'가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한 적 있다. 예술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인정받는 공공미술의 특징상, 당시 그의 작품은 대중에게 환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현대미술 거장의 별세로 그의 예술성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때가 다시 한번 그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아닐까?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도 처음에는 천덕꾸러기였지만,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된 것처럼, 시간이 흘렀으니 대중들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과 더불어, 프랑스의 예술가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의미로 다시금 그의 '클라라-클라라'를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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