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계 내부 ‘사분오열’…전공의-교수 세대갈등까지

박단 전공의 “의대교수 착취관리자”…의대교수 “불쾌”
간경파-온건파, 대학의협-차기회장 갈등 지속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의 총선 참패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 반발이 더욱 강경해지고 있지만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데 급급, 통일된 입장을 요구하는 정부와의 '의정 갈등' 해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 내 강경파와 온건파,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 등 얽히고설킨 내분 속에 전공의와 의대 교수 간 갈등까지 더해져 '사분오열'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을 앞세워 의료개혁에 나설 경우 여당·정부에 이은 야당과의 갈등 확산으로 의료계의 반발 및 분열이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 내에서는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선 '2천명 증원 전면 백지화'를 포기하고 어느 정도 증원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정부가 증원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화는 없다는 강경파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의대 교수들을 '착취사슬 관리자'라고 표현한 글을 올려 의대 교수들과의 갈등도 초래했다.

박 위원장은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직격했다.

이는 의대 교수는 물론 의료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강홍제 원광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실망"이라고 한 뒤 "사제지간이 아닌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라면 더 이상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박 위원장) 워딩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교수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이 분노하거나 불쾌해 하는 것에 대해 저도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내부마저 분열되면서 의정 갈등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 한 개원의는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는 5월을 넘겨서까지 의료 공백 사태가 계속된다면 정부가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갈등은 계속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오는 25일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시작 한 달을 맞아 의대 교수들의 대규모 사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법 상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생긴다고 본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병원을 지키고 있는 교수들의 정신적, 육체적 한계와 4월 25일로 예정된 대규모 사직은 현재의 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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