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국학진흥원, 청송 출판문화 공간 '방호정' 책판 600장 기탁받아

방호문집·장릉사보·파산세록 등 지역사회 공론 제작
청송 유학사·목판 연구 중요 의미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청송군 안덕면 방호정에 보관돼 오던 책판 600여장을 기탁받았다. 사진은 인수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청송군 안덕면 방호정에 보관돼 오던 책판 600여장을 기탁받았다. 사진은 인수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경상북도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 절벽위에 들어선 '방호정'(方壺亭·경북도민속자료 제51호)은 소나무와 절벽이 어우러진 길안천의 대표 명소다.

1619년 학자 방호 조준도(趙遵道·1576~1665)는 1619년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를 잊지 못해 묘가 보이는 신성계곡 길안천 절벽 위 정자를 세웠다.

이곳은 이준, 조형도, 권익, 신집 등 학자들의 학문과 모임의 공간이자 출판의 공간으로 확장됐다.

학봉 김성일(1538~1593)은 외가인 이곳을 '산골짝은 첩첩이 겹쳤는데 시냇물은 몇 굽이를 흐르느냐. 외딴 마을은 골짝 어귀에 있고 높은 정자는 바위머리에 솟았다'고 읊었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청송 방호정(方壺亭)에 소장돼 있던 '방호문집'(方壺文集), '장릉사보'(莊陵史補), '파산세록'(巴山世錄) 등 책판 600장을 인수했다고 15일 밝혔다.

함안조씨 방호문중 및 지역사회의 공론으로 제작, 방호정에서 보관돼 왔던 책판들이다.

이번에 기탁된 책판은 모두 7종 600장. 1845년에 간행된 조준도 문집인 '방호문집' 책판 82장, 조기영(趙基永·1764~1841)이 함안조씨 선조의 사적을 정리해 1906년 간행한 '파산세록' 책판 158장 등이다.

1863년에 간행된 조기영의 문집 '현은문집'(玄隱文集) 책판 3장, 함안조씨 삼대 다섯 인물의 글을 모아 1907년 간행한 '현애세고'(玄厓世稿) 책판 102장도 포함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청송군 안덕면 방호정에 보관돼 오던 책판 600여장을 기탁받았다. 사진은 인수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청송군 안덕면 방호정에 보관돼 오던 책판 600여장을 기탁받았다. 사진은 인수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또, 단종의 사적과 관련된 내용을 모아 1914년에 방호정에서 간행한 '장릉사보' 책판 121장, 1922년에 간행한 독립운동가 조독호(趙篤祜·1843~1914)의 문집 '회간문집'(晦磵文集) 책판 56장을 비롯해 조독호가 주희·퇴계 이황·회재 이언적·대산 이상정 등 여러 학자들의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 간행한 '독서찬요'(讀書纂要) 책판 76장과 계선판 2장 등도 있다.

인수 현장에서는 책판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들이 많이 발견됐다.

'장릉사보'는 정조의 명으로 1796년에 완성돼 필사본으로 전해져 오다가 1914년에 수정·증보해 간행했는데, 이때 청송 방호정에서 간행했다는 기록이 책판의 마지막 부분에 새겨져 있다.

'방호문집' 등의 책판에는 당시 판각한 각수의 이름이 대거 기록돼 있다. '독서찬요' 책판에는 판심(책판의 가운데 부분)에 '독서찬요'라는 서명이 76장 책판 모두에 보각(補刻)되어 있다.

'독서찬요' 책판에는 서명 외에도 본문 중 다수의 크고 작은 보각이 확인됐다. 이는 책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중요한 정보다.

함안조씨 방호문중 후손 조욱래는 "오랫동안 문중에서 책판을 관리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관리에 어려웠던 점이 많았는데, 앞으로 책판을 영구히 잘 보존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은 "이번에 기탁받은 방호정 소장 책판은 청송의 유학사와 지역 출판사 및 목판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앞으로도 자료의 체계적인 관리·보존·연구를 통해 민간 소장 기록유산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청송군 안덕면 방호정에 보관돼 오던 책판 600여장을 기탁받았다. 사진은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 청송군 안덕면 방호정에 보관돼 오던 책판 600여장을 기탁받았다. 사진은 '장릉사보' 책판.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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