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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윤석열 정부 성패는 지금부터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이런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범죄 피고인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압승을 거두며, 막말, 뻔뻔하기 짝이 없는 위선, 역사 폄훼, 여성 비하, 부동산 투기, 반미를 외치며 제 자식은 모두 미국 국적인 자 등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은 언제나 옳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유권자 개개인이 모두 현명하지는 않더라도, 다수 국민이 참여해 내린 결정은 '현명하다'는 것이다. 설령 국민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뜻'에 반(反)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소수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는 대체로 합리적으로 또 이기적으로 투표한다. 자신의 선택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거나 적어도 '자기 마음에는 들도록' 투표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국민은 언제나 옳다'는 말은 '국민이 현명하지 않다' 하더라도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니 그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총선 결과로 볼 때, 적어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범죄 또는 윤리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범죄 혐의는 이미 기본값인데, 그 기본값만 파고드니 심드렁하다는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의 범죄 혐의가 법의 영역에서는 단죄될지 몰라도 정치 영역에서는 이미 약발이 다 됐음을 의미한다. 그 지지자들이 "이재명과 조국처럼 털면 누구나 다 나온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을 보라. 심판(유권자)이 반칙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데, 선수가 상대편의 반칙을 물고 늘어진들 큰 효과가 없는 것이다.(이는 우리 국민의 이성적·윤리적 기준이 타락했다는 명백한 증거로 이번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윤석열 대통령)에는 공·과가 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가치관, 외교, 안보 동맹 등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노동·교육 분야 개혁 의지도 바람직하다. 이종섭 호주대사, 김건희 여사 디올백 등은 기획된 면이 있지만 논란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 방탄 국회, 민생 정책 발목 잡기, 뇌물 수수 의원,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대패했다. '이미지 메이킹' 실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개혁적 정책들이 거대 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난도질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실패했다. '거대 야당의 일방적 폭주' 이미지를 만들기는커녕 '거부권 대통령' '불통·오만' 이미지만 각인됐다. 이 사안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태도는 겸손하고 행동은 집요하고 치열해야 하는데, 국민의힘과 윤 정부는 그 반대였다. 실제로는 거대 야당에 무참하게 두들겨 맞고 있음에도 처절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오만하게 보였으니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지지층이 총선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192석 거대 야권은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도 22대 국회 내내 대통령에게 집요하게 불통·오만·무능 이미지를 심으려 들 것이다.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윤 정부 성패가 달렸다. 당장 야당이 던질 각종 특검부터 난제다. 압승한 이재명 대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발짝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임을 이 대표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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