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높이를 업고 다니진 못할 것 같아요.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중증 뇌병변 장애인도 괜찮다던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동현(가명·18) 씨의 집을 방문하자마자 내뱉은 얘기다. 일주일에 5번 학교를, 그중 4번은 병원도 가야 하는데 그때마다 40㎏ 무게의 남자아이를 업고 3층에서 1층까지 오르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대답이 익숙하다는 듯 동현이의 할머니인 최금숙(가명·67) 씨는 활동지원사의 마음을 돌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금숙 씨가 휠체어를 들고 1층에서 기다리자 동현 씨의 동생 동우(가명·17)가 형을 업고 내려왔다. 금숙 씨와 동우 중 한 명만 없어도 동현 씨의 외출은 어려운 상황. 활동지원사의 공백으로 둘의 생활은 온전히 동현씨를 돌보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 태어나자마자 뇌병변 장애인 판정…부모 이혼에 할머니가 홀로 키워
동현 씨는 임신 7개월 만에 미숙아로 세상에 태어났다. 당시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중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였던 그는 3달 넘게 인큐베이터에서 지내다 가까스로 퇴원했다.
그러나 2달 뒤 동현 씨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또래 아기들이 곧잘 한다는 배밀이는커녕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 '뇌병변 장애인 1급' 판정을 받은 동현 씨는 지금까지도 홀로 서거나 걷질 못한다.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그가 존재감을 들춰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동현 씨에겐 그를 간호해 줄 부모도 곁에 없다. 동현 씨의 친모는 동우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아버지와 이혼을 하고 집을 떠나버렸다. 친부 역시 금전 문제 등으로 9년쯤 전 집을 떠나 여태껏 돌아오지 않고 있다.
친모가 떠난 뒤부터 동현 씨를 돌보는 건 할머니인 금숙 씨의 몫이었다. 그는 늘 등 뒤로 동현 씨를 업은 채로 병원을 전전했다. 뇌병변 장애인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다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녔다.
병원뿐 아니라 동현 씨가 어린이집을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금숙 씨는 매일 동현 씨를 업은 채로 시내버스를 이용해 그를 데려오고, 데려다주는 일을 반복했다. 그 사이 시간에는 틈틈이 식당 보조, 파출부 일을 하며 생계도 꾸려나갔다.
그 뒤 동현 씨는 일반 초등학교로 진학했지만 제대로 적응하진 못했다. 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교사들조차 동현 씨를 기피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동생 동우도 형만큼이나 상처를 받았다. 일을 하던 금숙 씨가 전화를 받고 학교로 달려간 적도 수차례다.
중학교부터는 특수학교를 다녔지만 이곳도 동현 씨가 온전히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동현 씨의 경우 혼자서 대·소변을 못 봐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학교에는 장애인 학생 수에 비해 교사의 수가 부족한데다 대부분 여교사로 이뤄져 있어 동현 씨가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려웠다. 동현 씨는 학교에 있는 동안 물과 식사량을 조절한 뒤 오후 4시쯤 집에 와서야 볼일을 보곤 한다.
◆ 급격히 나빠지는 병세…각종 지원도 이젠 힘들어
올해 어느덧 성인이 된 동현 씨.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과 달리 지금껏 잘 버텨왔지만, 최근 들어 통증을 호소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건 하반신이다. 왼쪽 다리에 근육이 점차 빠지면서 지난해 5월쯤 왼쪽 고관절 탈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왼쪽 무릎, 발목, 엄지발가락 등이 잇따라 탈구됐다. 오른쪽 다리도 서서히 탈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1차로 고관절 탈구 수술을 받았지만 동현 씨는 여전히 왼쪽 다리를 펴지 못하고 있다. 다리를 펴기 위해서는 무릎 탈구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고관절 수술 회복세가 더뎌 정확한 수술 시기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 밖에 오는 11월에는 1차 수술 때 박은 핀들을 다시 빼는 수술도 예정돼있다.
동현 씨에게 아픈 곳은 많지만 금숙 씨에겐 병원비가 없는 상황이다. 동현 씨를 키우면서 금숙 씨도 류마티스 관절염에 이어 척추가 골절돼 간병과 근로를 병행할 수 없는 몸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있었던 교통사고로 오른쪽 눈은 실명됐고, 왼쪽 눈마저 백내장 초기 증세다.
여러 도움이 절실하지만 동현 씨가 성인이 되면서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까지 동현 씨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수술비와 치료비 등을 일부 지원 받았는데, 올해 성인이 되면서 앞으로는 지원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생활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약 140만원의 정부보조금으로 이어오고 있다. 이마저도 근로 능력이 있는 동우가 성인이 되면 줄어든다. 생활고로 한 달에 18만원 하는 월세는 1년 가까이 밀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숙 씨는 동현 씨가 더 나은 치료를 받을 방법만 찾고 있다. 뇌병변 장애인의 몸을 굳지 않게 하기 위해선 물리치료가 필수적인데, 의료진에 비해 환자 수가 많아 늘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그러면서 본인의 허리 통증에는 파스 한 장 붙이는 게 전부인 금숙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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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백질이영양증' 앓는 동선이에게 2,360만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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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폭 남편 피해 딸들과 도망쳤지만 아픈 몸에 생활고 겪고 있는 김기진 씨(매일신문 4월 9일 10면 보도)에게 40개 단체, 131명의 독자가 2천164만962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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