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1870~ 1964). 일제강점기, 대구 남선(南鮮)전기 사장이었다. 남선전기는 우리나라의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공기관이다. 오구라는 1940년을 전후해 남선전기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야를 비롯해 한반도 유물을 모았다. 1940년대 초반, 경북 고령군 고령읍 고령경찰서 '무덕관'에는 유물이 가득했다. 금(동)관을 비롯해 금동 장신구, 토기, 무기류, 말 장구 등이었다. 밀거래나 도굴 등 방식으로 수집한 것이었다. 1t 트럭 2~3대 분량의 이 유물은 오구라가 경찰서에 임시 보관한 것이라고 주민들은 증언했다.
그로부터 약 40년 뒤인 1981년 그의 아들 오구라 야쓰이키는 아버지가 모아서 일본으로 가져간 유물 1천100여 점을 모두 도쿄박물관에 기증했다. 도쿄박물관에는 이 유물이 '오구라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보관돼 있다. 도쿄박물관에 인접한 도쿄대박물관에도 대가야권 유물 40여 점을 비롯해 한반도 유물 수백 점이 있다. 목 긴 항아리(長頸壺)와 원통 모양 그릇받침(筒形器臺)을 비롯한 대가야권 유물, 신라 토기, 고구려 기와, 낙랑 토기와 동전 등을 망라한다. 이 유물 역시 일제강점기 세키노 타다시(關野貞) 등 조선 총독부 고적조사위원들이 발굴 또는 수집한 뒤 일본으로 가져간 것이다.
고령군은 올 하반기 대가야사 연구 복원을 위해 1938년 일본이 발굴한 지산동고분군 제5호분에 대한 발굴 조사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일제에 의해 파헤쳐졌던 고분군의 제대로 된 가치를 밝히기 위해 우리가 재차 발굴하는 것이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산동고분군을 비롯해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서는 일본으로 빼돌려진 문화재를 오롯이 돌려받아야 한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우리 정부가 일본에 반환을 요구한 문화재는 약 4천 점이었지만, 일본은 이 중 문화재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덜한 1천431점만 반환했다. 한국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 문화재는 현재 6만6천800여 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문화재찾기운동본부 등 민간단체가 문화재 반환 운동에 힘을 쏟아왔으나 역부족이었다. 한일 관계가 전례 없이 좋은 지금이 일본 내 한반도 문화재 반환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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