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상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TC태창 '사야국악상'

年 5억, 4년 기부 약정 해놓고…내용·기부금 액수·기간 변경
태창 정권 가지고 깊이 관여…'메세나' 본래 취지에 어긋나

TC태창이 후원하는 '사야국악상'을 두고 문화계의 뒷말이 무성하다. '문화 메세나' 운동에 기여한다며 2022년 12월 매년 5억원씩 4년간 20억원을 기부하기로 대구시 및 대구문화예술진흥원과 약정을 체결했지만, 단순한 기부에 그치지 않고 TC태창 설립자의 호를 딴 상을 제정하고, 직접 심사위원을 위촉해 수상자까지 선정에까지 관여하면서 메세나의 취지를 흐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문화계의 질서와 상의 권위를 해치는 행위라고 불만이 높다.

올해 초 지역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희한한 소문이 돌았다. 지난 1월 초 열린 태창 신춘음악회에서 극히 일부 인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무대 뒤에서 사야국악상 시상식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봤지만 지역 국악인들 중에 상을 받았다거나, 상을 받은 사람을 안다는 이들을 확인할 수 없었다. "기부자 뜻에 따라 심사자 명단을 외부로 유출하지 마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최근 매일신문이 입수한 수상자 명단에 따르면 ▷특별공로상에 고(故) 서용석 선생 ▷성악부문 사야국악상에 박성훈(진도 씻김굿 전승교육사) ▷기악부문 사야국악상에 서정곤(거문고 연주자) ▷기악 청춘사야국악상에 방지원 타악 연주자 ▷기악 청춘사야국악상에 유서정(아쟁 연주자)이 수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춘 2명에게는 각 1천만원, 그리고 나머지는 각 2천만원씩 모두 8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들 수상자들은 타 지역 출신으로 지역에서는 활동이 거의 없는 인물들이다.

상금 지출처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었다. 하지만 진흥원 관계자들은 "지난해 상을 둘러싼 잡음이 많자 올해는 진흥원 명의가 아닌 태창에서 직접 선정하겠다고 해 선정자 명단만 받아 진흥원에서는 송금만 했다"면서 "선정 심사는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방배동의 한 식당에서 이뤄진 것으로 통보받았으며, 심사위원들은 역대 사야국악상 수상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태창이 전권을 갖고 수상자를 선정할 수 있게 된 것은 기부금을 내기로 할 때 쓴 약정서에 이같은 조항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수상자를 선정하는 추천위원회 및 심사위원회를 TC태창 측이 구성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문예진흥원 측의 설명이다.

또 TC태창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상의 내용과 기부금 액수, 기부기간도 변경했다. 당초 뮤지컬 3억, 국악 1억, 오페라 1억 등 5억원씩 4년간 지원하기로 약정했다가 갑자기 뮤지컬 부문 상을 빼고 매년 2억원씩 10년간 기부하겠다고 수정한 것이다. 같은 20억이지만 5억씩 4년과 2억씩 10년은 괴리감이 상당하다.

문화계 관계자는 "결국 이 같은 행위는 태창은 물론이고 대구시와 문예진흥원이 기부를 가장해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메세나'의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TC태창 관계자는 "수상자 선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짤막한 해명 외에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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