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은 언제나 치밀하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와 정황, 상황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다. 거짓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시나리오는 항상 완벽해 보인다. 정교한 기획자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최고의 '뇌피셜' 기획자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국내 최고의 로펌 변호사 30명과 첼리스트 등이 등장하는 '청담동 술자리' 주장은 믿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인 서사 구조를 갖췄다. 고급 술집을 연상케 하는 그랜드피아노가 있는 강남 바(bar)에서 윤 대통령이 열창했다는 노래 제목 '동백아가씨'까지 제시했다. 대통령이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다는 스토리는 대통령을 술꾼으로 각인시키려는 '음모'의 냄새를 풍긴다. 통화 녹음 파일의 주인공인 첼리스트가 경찰 조사에서 '거짓'이라고 자백했지만 그들은 진실을 외면한다.
쌍방울 대북 송금과 억대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 선고를 앞둔 지난 4일 법정에서 제기한 검찰청사 술자리 폭로는 '청담동' 음모론의 복사판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경 수원지검 검사실 앞 창고에서 김성태, 방용철 등 3명의 피고인이 모여 쌍방울 직원이 가져 온 술과 안주, 회덮밥을 함께 먹으며 검찰에 회유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장소는 물론 술안주까지 구체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를 받아 "100% 사실로 보인다"며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2월 개봉한 OTT드라마 〈살인자o난감〉 7회에는 이 대표를 연상시키는 회장님이 교도소에서 장어초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이 장면이 이 대표를 연상시킨다며 논란을 제기한 바 있다.
피의자를 조사하는 검찰청 사정은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피고인이 수사를 받을 때는 반드시 교도관이 동석한다. 3명의 구속된 피고인이 교도관과 수사관들의 눈을 피해 함께 술판을 벌인다는 설정은 영화에서도 불가능하다.
혹시나 이 전 부지사 변호사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상상한 뇌피셜이었을까? 우리는 언제쯤 이런 뇌피셜 판타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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