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로 서민들이 아우성이다. 과일로 시작된 농산물 가격 급등에 이어 치킨, 설탕, 김을 비롯한 먹거리, 생필품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발 전운으로 국제유가까지 급등하면서 기름값은 물론 도시가스, 전기 요금 인상 압박까지 예고되고 있다. 주부들은 장보기가 겁난다고 울상이다. 동네 마트엔 사과 한 상자가 13만9천원이라고 한다. 지난달 사과는 전년 동기 대비 88.2% 올라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히 '금(金)사과'라 할 수 있겠다. 배도 전년 대비 87.8% 올라 역대 최대로 급등했다. 물가 오름폭을 농산물이 이끌고 있는 셈이다.
외식업계도 물가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가 지난 15일부터 치킨 9개 제품 가격을 일제히 1천900원씩 올렸고, 치킨버거 브랜드 파파이스도 같은 날 치킨과 음료 등 가격을 4% 인상했다. 쿠팡은 멤버십 회비를 월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58.1% 올렸다. 설탕과 김 가격도 한 달 전에 비해 각각 5%, 15% 이상씩 뛰었다. 여기에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유류세 인하 2개월 추가 연장(6월 말까지) 조치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현 물가 상황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이 추세대로라면 정부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목표치로 내세운 2.6%는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1.4%, 관리재정수지 87조원 적자를 올해는 더 바닥으로 경신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다. 농어민, 주부, 자영업자 할 것 없이 모두 시름이 깊어만 간다. 여야가 총선 결과를 두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당장 물가 안정을 위한 비상 대책을 내놓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야당도 총선 승리에 취해 정부 여당 압박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여당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주문한다. 지금은 물가 안정이 가장 시급한 민생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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