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4 베니스비엔날레] 고향 울진의 자연 그리다…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 병행전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작가
1960~70년대 작품과 아카이브 전시
끊임 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장엄함 담아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 이연정 기자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 이연정 기자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병행전시 중 하나가 바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작가(1916~2002)의 특별전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이다. 이번 전시는 유럽에서는 처음 유영국의 작품이 소개되는 전시여서 의미가 있다.

또한 전시는 그의 작품세계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절정기라 할 수 있는 1960~70년대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무렵 작가의 회화는 기하학적인 형태로의 변화와 실험이 이뤄지며, 과감한 원색 사용과 따뜻하고 차가운 색의 미묘한 변주를 통해 순수한 추상으로의 끝없는 여정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고향 울진의 산과 바다를 대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는 "작가는 시시각각,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의 숭고하고 신비한 에너지를 회화에 담고자 했다. 그 중에서도 컬러나 원근감, 형태가 풍부한 고향의 산은 그에게 끝이 없는 주제가 됐다"고 말했다.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 이연정 기자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 이연정 기자

전시가 열리고 있는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은 16세기에 지어진 뒤 카를로 스카르파, 마리오 보타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리모델링에 참여해 중세 고건축의 아름다움과 모더니즘의 간결하고도 정교한 디테일이 공존하는 특색 있는 공간이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현재 도서관 등 문화공간으로 쓰이는 이곳의 3개층을 전시장으로 꾸몄다.

건물 도입부인 0층에서는 대자연을 기하학적 형태와 선명한 원색의 조합으로 표현한 판화가 각기 다른 크대의 좌대에 놓여, 물과 정원 등 자연을 품은 공간과 어우러진다. 작가의 연대기와 울진 생가, 생전의 모습 등 사진 자료도 전시됐다.

1층은 그가 찍은 경주의 석탑·불상 사진과 드로잉 등 아카이브 자료와 영상이 펼쳐진다. 책가도 같은 형태의 책장 속에는 도자기와 소품이 전시돼 멋을 더한다.

3층에는 한국의 자연, 특히 산에 몰두했던 그의 대표작들이 걸렸다.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는 전시장에 걸린, 마치 산 너머 해가 뜨는 듯한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또한 1999년 그가 마지막으로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작품도 관람객들을 맞는다.

김 큐레이터는 "베니스 운하, 정원과 맞닿은 전시 공간은 한국의 자연 풍경을 서양으로부터 시작된 추상 언어로 번안하고자 했던 유영국 작가의 회화적 탐구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고향 울진의 장엄한 자연을 모습을 화폭에 담은 그의 작품세계를 유럽에 알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에 유영국 작가가 찍은 경주의 석탑과 불상 사진, 그의 소품들이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에 전시 중인 유영국 작가의 울진 생가 사진.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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