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뭘까요? 돈이 뭐길래 이렇게 괴로울까요? 돈을 좇는 이 여정을 저는 멈출 수가 없습니다."
EBS가 이달 16일 방송한 다큐멘터리 '돈의 얼굴' 2부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여준 뒤 흘러나오는 이 내레이션은 프로그램의 주제와 기획 의도를 보여준다.
돈이란 무엇일까? '돈의 얼굴'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어렵게만 여겨졌던 경제 이론을 설명한다. 아울러 금리나 물가 상승, 유동성 등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명한다.
17일 경기 고양 EBS 본사에서 만난 '돈의 얼굴' 공동연출자 이혜진·박재영 PD는 "'경제'라고 하면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주제를 '돈'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경제를 모르는 사람은 '경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게 만들고, 경제를 잘 아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들자고 생각했다"며 "한 전업 투자자가 방송을 보고 '자녀와 보기에 딱 좋다'고 말했는데, 기대했던 반응"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과거 EBS는 2012년 9월 5부작 다큐멘터리 '자본주의'를 방영했다. '자본주의'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2천만을 넘고, 책으로 출판돼 최근까지도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호평받았다.
이후 10년 넘는 시간이 흘러 새로운 경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오랜 고심 끝에 '돈의 얼굴'이 탄생하게 됐다.
이 PD는 "'자본주의'를 리뉴얼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자본주의'가 워낙 훌륭한 콘텐츠라서 더 다룰 내용이 있을까 싶은 고민도 있었지만, 저희 나름대로 약간 다르게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기획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돈의 얼굴'로 정해진 것은 어느 한 사람의 발상이 아니라 오랜 회의 결과였다고 한다.
박 PD는 "기획 단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돈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하루는 회의에서 '돈은 마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그렇게 '돈의 얼굴'이라는 제목이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EBS가 유튜브에 게재한 '돈의 얼굴' 예고 영상에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보다 기대하는 다큐", "얼른 방송했으면 좋겠다", "서민에게 너무나 귀한 프로그램"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6부작인 '돈의 얼굴'은 1부 유동성, 2부 금리, 3부 물가 상승, 4부 부채, 5부 디지털 화폐, 6부 투자 등을 주제로 돈의 성질과 특징, 역사 등을 알아본다. 현재 2부까지 방송됐다.
지난 15일 방송된 1부는 작년 7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예금을 돌려받지 못한 고객들이 마치 강도처럼 가짜 총을 들고 은행에서 자기 돈을 되찾아오는 과정을 담았다. 이어 유동성이란 무엇인지, 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설명했다.
2부에서는 금리가 연 45%인 튀르키예와 한때 마이너스(-)까지 금리가 낮아졌던 일본을 찾아가 금리가 물가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특히 디지털 화폐와 투자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관심이 커진 주제가 눈에 띈다. 박 PD는 "여러 경제학 전문가를 만나서 의논하고 주제를 추렸다"며 "디지털 화폐는 최근 너무 대두된 주제라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돈의 얼굴'은 촬영을 모두 마쳤으나 후반 편집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매주 월·화요일 오후 9시 55분 EBS 1TV에서 방송되고 있다.
'돈의 얼굴'에는 여러 경제학 석학이 인터뷰이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은 경제 현상을 취재하고 경제학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해 총 9개 국가를 누볐다고 한다.
그 결과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보스턴칼리지 경영대학원 재무학과 교수, 2011년 같은 상을 받은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 등 저명한 전문가 27명의 인터뷰가 영상에 담겼다.
이 PD는 "섭외 이메일에 흔쾌히 응하는 답장을 해주신 분도 있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오케이' 해주셔서 급하게 인터뷰하게 된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대거 출연한다고 해서 '돈의 얼굴'이 전문가 수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 PD와 박 PD는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 PD는 "연세대 경제학부 최상엽 교수님이 우리 프로그램의 고문을 맡아주셔서 매주 서너시간씩 제작진 전체를 대상으로 강연해주셨다"며 "제작진 몇몇은 '왜 유동성을 유동성이라고 부르나요?' 같은 질문을 해서 최 교수님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 PD는 "해외 석학들을 인터뷰하면서 유치한 질문도 많이 했다.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달라'고 물어보기도 했다"며 "처음엔 당황하다가도 다큐멘터리 취지를 설명하니까 이해해주셨다"고 말했다.
배우 염혜란은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큐멘터리에서 1인 9역을 소화하고 정확한 발음의 내레이션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두 PD는 "제작진들 취향이 각자 확고해서 어떤 배우를 섭외할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모두 한 마음으로 원했던 사람이 염혜란 배우였다"고 설명했다.
1년 동안 돈의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애써온 두 PD에게 돈이 어떤 얼굴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각자 다른 대답이지만, 모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주아주 친근한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절대 나한테 진짜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늘 그 친구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데도 냉담하기만 한 사람이요."(이혜진 PD)
"권위 있고 어색하지만,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50대 부장님 같았어요. 하지만 '돈의 얼굴'을 만들면서 이제는 조금 생각이 바뀌어서 30대 과장님 정도로 느껴지는 것 같네요. 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었구나, 하고요."(박재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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