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능가하는 카페가 경북 구미에서 화제다. 항상 만원 사태를 빚는다. 상춘객의 총총한 발걸음이 깃든 곳은 다름 아닌 '고니벅스'. 구미 지산샛강생태공원에 있는 무인 카페다. 쉰다섯 가지 음료가 준비돼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솔솔 부는 봄바람은 덤이다.
고니벅스의 탄생 뒷얘기가 재밌다. 자칫 화장실 옆 칙칙한 자판기, 미운 오리 새끼가 될 뻔한 운명을 '혁신 행정'으로 '고니'가 날갯짓하도록 했다. 당장 농지에는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를 열 수 없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시청에선 대충 자판기 두 대만 설치하자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무인 카페'란 발상의 전환과 적극 행정이 주효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의 '혁신요구 버럭(?)'도 한몫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고니벅스는 현재 겨울철 샛강을 찾는 큰고니(천연기념물)보다 인기다.
혁신은 변화와 결단에서 시작된다. 어물쩍 자판기만 설치했더라면 고니벅스는 없었다. 적당히는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혁신(革新)'이란 단어 자체도 그저 그런 변화가 아니라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 뒤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도처에서 '가죽 탈피'가 요구된다.
의대 증원도 마찬가지다. 이제껏 안주하다 밀린 숙제를 하려다 보니 파열음이 난다. 하지만 '적당히'로는 고칠 수 없고, 개혁할 수 없다.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경북도는 최근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고강도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오죽 절박하면 '전쟁'이란 단어를 붙였겠는가. 우리나라는 수백조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이 0.6명 수준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적당히 돈으로 땜질하는 출산 정책이 밑 빠진 독을 만들었다. '딸딸딸아들'의 남아선호사상이라도 부활해야 한다는 '탄식'이 농담같이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저출생 해법도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과감한 학년 단축, 과거 상고·공고를 능가하는 취업 특성화 고교 등 대학병을 치료하지 않고서는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장과 맞바꾼 늦은 사회 진출로는 아이 한 명 낳기도 버겁다.
보수 재건 역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 부의 대물림 없는 서울살이는 집 한 칸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경기도에 둥지를 틀고 서울로 근접하는 한평생을 살아내야 한다. 등기 한 장 없는 계약(전세·월세)서가 전부인데, '지킬 게 있어야 보수가 되지'라는 절규가 무리는 아니다.
과감한 지방화가 답이다. 집을 사고,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알콩달콩 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은 지방이다.
존 B. 칼훈(1917~1995년) 박사는 생쥐 실험에서 밀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급격한 출산율 감소→출산 포기' 메커니즘이 일어난다고 증명했다. 2022년 전국 출산율이 0.78명인 데 반해 서울은 0.59명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렉산드로스 3세는 고르디우스의 매듭(복잡해 누구도 풀지 못한 매듭)을 보고 칼로 단번에 끊어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사회 전반에 대한 '혁신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정책으로 만연한 고르디우스 매듭을 끊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하나 더. '혁신'은 '권태'에서 나온다는데, 고니벅스에서 여유로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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