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이 17일 미국 워싱턴 DC 세계은행에서 만났다. 한·미·일 재무 수장 회동은 처음이다. 원화와 엔화 통화가치 급락 등 외환시장 급변동과 관련해 3개국 재무장관은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며 외환시장 개입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한때 장중 1천40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18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통계에 포함된 OECD 가입 37개국 중 5번째로 낮았다. 그만큼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
환율은 수입 물가에 직격탄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고,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에 접어들면 4월 이후 수입 물가는 걷잡을 수 없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중고' 속에 정책 수단은 마땅치 않다.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만 1분기 45조원을 넘고 갚지 못한 잔액도 32조원 이상이다.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11년 이후 최고액이다. 내수를 진작시키려면 돈을 풀어야 하는데 물가 급등이 걱정이고, 금리를 조정하자니 미국 금리가 옴짝달싹 않고 있다.
환율부터 진정시켜야 한다. 경제 주체들은 한목소리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고환율은 일단 수출 가격이 낮아져 무역 수지에 긍정적이다. 원·달러 환율 1천410원 선을 넘으면 국민연금이 최소 400억달러 환헤지에 나설 수 있다. 달러를 푼다는 말이다. 지난 2020년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한·미 통화 스와프 재개도 가능하다.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정작 발목을 잡는 것은 내부 불안이다. 총선 미몽에서 깨어나 경제 해결에 매진해야 한다.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판에 정치적 술수를 부릴 여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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