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대표하는 향토 빵집 '성심당'이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용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성심당은 지난해 1천2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817억원)에 비해 매출이 50% 이상 늘며 기록적인 신장세를 보인 것이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 빵집 매출로 1천억원이 넘은 것은 성심당이 처음이다.
성심당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성장세가 더욱 와닿는다. 성심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15억원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영업이익을 눌렀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과 뚜레쥬르 운영사 CJ푸드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199억원과 214억원이었다.
성심당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매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제과제빵 전문점 브랜드 평판 분석에서도 매월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치고 평판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 대전 '성심당' 열풍에 지자체도 나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유행처럼 돌고 있는 '빵지순례(빵+성지순례)'가 여전히 인기다. 빵에 대한 열정으로 성지순례 하듯 전국의 유명 빵집들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의 빵지순례는 '빵순이·빵돌이'들의 입소문을 타 새로운 여행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의 이름난 빵집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찍고 다양한 빵을 먹은 후 시식평을 올리는 콘텐츠는 너나없이 관광길에 오르는 관광 열풍으로 이어진다. 유명 빵집이 있는 지역 도시와 기업, 상권 활성화에도 그 몫을 톡톡히 하자 각 지자체는 '빵지순례'를 주제로 한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도 '빵의 도시 대구'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각종 사업에 뛰어든 지 오래다. 2021년 3월 시는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대구 빵의 역사를 담은 '빵은 대구'라는 제목의 책을 발행하기도 했다.
◆ 근대골목단팥빵·삼송빵집…대구 원조 빵
대구 로컬 빵집 역시 대전 성심당 못지않은 역사를 자랑한다. 빵지순례길에 오른 빵순이·빵돌이들의 입소문 덕에 대구 빵집도 새로운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대구빵지순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만 1만3천개가 넘을 정도다.
대구 원조 빵은 크게 '단팥빵'과 '마약빵'으로 나뉜다. 단팥빵의 대표주자 '대구 근대골목단팥빵'과 마약빵의 대표주자 '삼송빵집'은 대구 로컬 빵집의 터줏대감이다. 이들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여행 정보서비스 '대한민국 구석구석' 플랫폼에서 대구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 19개 점포를 둔 대구 근대골목단팥빵은 대구 출신 청년 기업가 정성휘 대표가 K푸드 전문기업 홍두당을 설립한 뒤 2015년 내놓은 첫 번째 브랜드다.
팥은 반드시 직접 끓이고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수많은 레시피로 2년간 신제품을 준비한 홍두당은 옛날 방식 그대로 추억의 옛날 단팥빵과 MZ들을 겨냥한 생크림단팥빵, 녹차 생크림 단팥빵, 딸기 생크림 단팥빵 등 5종의 단팥빵을 출시했다.
서예가 손병훈이 '대구', '근대', '골목', '단팥빵'에 각각 어울리는 서체를 혼용해 캘리그래피를 완성하고 선물용 포장 등을 신경쓴 덕에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관광객이 꼭 가봐야 할 전국 3대 빵집'에도 포함됐다.
중독성 있는 크림에 옥수수알을 버무려 빵의 속을 채우는 방식의 '마약빵'은 삼송빵집의 '통옥수수빵'이 원조다. 1957년 대구 남문시장에서 삼송제과로 출발한 삼송빵집은 3대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삼송빵집에서 2005년 자체 개발한 통옥수수빵은 박성욱 대표가 삼송빵집의 2대 사장인 부친과 모친까지 함께 다른 베이커리와 차별화를 위해 만들어냈다.
70년 가까운 시간이 쌓인 만큼 삼송빵집의 브랜드는 역사적으로도 인정 받았다. 지난해 삼송빵집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하는 백년소공인에 선정됐다. 백년소공인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숙련 기술을 보유한 업력 15년 이상의 지역 소상공인을 인증하는 것으로 삼송빵집은 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삼송빵집의 친구, '밀밭 베이커리'도 마약빵을 시그니처로 내세우는 로컬 빵집이다. 삼송빵집과의 연으로 1982년부터 운영한 밀밭 베이커리는 마약빵 계열인 '메론빵', '미인빵', '마약 옥수수빵'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 르폴뒤·빠다롤뺑프랑스…빵지순례 신흥강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원조 로컬 빵집을 맹추격하며 새로운 빵지순례 코스로 급부상 중인 로컬 빵집도 있다. 바로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르폴뒤'와 '빠다롤뺑프랑스'다. 이들은 매대에 빵만 진열해 판매하는 기존 빵집과는 달리 빵을 만드는 모습까지 오픈하는 '빵 공장' 콘셉트로 매장을 구성했다는 특징이 있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르폴뒤는 크로와상 같은 제빵류뿐만 아니라 과일 타르트, 케이크 등 제과류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하기까지 했다. 대구시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관광본부(문예진흥원)는 대구를 여행하며 방문하기 좋은 동성로 로컬업체 '대구여행상점 20곳'에 르폴뒤를 선정한 바 있다.
르폴뒤와 마찬가지로 대구 중구에 있는 로컬 빵집 '빠다롤뺑프랑스'도 인스타, 블로그, 카페 등 SNS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새로운 빵지순례길 목록에 포함되고 있다. 빠다롤뺑프랑스를 창업한 장길찬 대표는 32년 경력의 제과제빵 기능장이다. 바게트와 연유 빵 등으로 유명해진 빠다롤뺑프랑스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도 분점을 열고 운영 중에 있다.
장 대표는 2019년 '빵 공장' 콘셉트를 극대화한 매장 '빠다롤 더 테라스'를 오픈했다. 대구시 달서구의 한 주택가에 오픈한 브런치 매장 빠다롤 더 테라스에서는 천연 효모와 치즈, 우유버터, 팥 크림 등 최고급 식재료를 사용해 저온 숙성, 발효 방식으로 만든 빵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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